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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1 09:00 - 독거노인

<게다를 신고 어슬렁 어슬렁>


우디알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을 보면 자신이 살지 않는 시대를 그리워 하는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파리의 어느 골목에서 우연한 시간 여행을 통해서 자신이 꿈꾸던 여자를 만나지만 그 여자 또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더 먼 과거의 시간을 쫓아 간다. 우리는 자신과 인연이 없는,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그리워 하며 사는 이유는 무엇일가. 거기에 어떤 향수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기이한 동경 혹은 경외감을 가지고 자신이 체험하지 못한 상상속의 공간에 대해서 애잔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 뿐이 아닌가 보다.


작가 가후가 애뜻함을 느끼는 공간과 시간은 먼 과거를 동경하는것이 아니다 단지 현재와 맞닿아 있는 과거의 일부분이 소멸되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근대 문물 도입의 선구자이면서 사라져 가는 정취를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가후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도 역사적 유구함이 담겨 있는 기념비도 아니다. 단지 그 도시를,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소소한 공간들이다. 


이런 도시의 공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가 발전하고 팽창할 수록 비어 있는 공간들은 메워지고 버려진 공간들은 밀집된 도시 시설들로 메워지게 되어 있다. 이런 공간의 소멸과 새로운 공간의 탄생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시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이 메워진 공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것이고 그 공간에서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 갈 것이지만 공간이 비어 있음으로해서 충족되는 인간적 감정의 보상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적막감과 황폐함이 남는 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조금은 비어 있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발전이란 단순히 공간을 파헤쳐 뒤엎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존재하던 공간 속에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의미의 발전이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태어남과 소멸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내가 바라보는 싯점에서 어떤 다른 시간속에 속하다가 내게로 다가 왔는지가 문제일 뿐이다. 그 다른 시간 속에서 존재했던, 그만큼의 시간성이 그 물건에 공간에 장식성을 부여하고 채색을 덧칠하며 그 겉모습을 바꾸어 놓는다. 화려한 화장을 한 젊은 처자의 얼굴이 아니라 얼굴에는 주름이 있고 기미나 주근깨마저 선명하게 보이는 나이든 노부인의 모습에서 화려했던 지난 시절의 모습을 찾고 수수하게 늙어 가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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