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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4. 09:00 - 독거노인

<압축성장의 고고학>


한국의 경제발전 속도는 서구적 시각에서 보기에 너무나 빨라서 그들이 산업혁명 이후 200년동안 이룩했던 발전 과정을 단순에 몇십년만에 압축함으로써 1980년대에는 그 비결에 대해서 수많은 시각적 접근을 하면서 찬사를 보내기 바빴었다. 하지만 압축성장의 댓가는 분명 긍정적 측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공짜 점심은 없는 것처럼 그만큼 빠른 성장의 댓가는 부정적 측면 또한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령화에 대한 공포가 사회 전반에 큰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뉴스나 매체를 통해서 전면적으로 부상하기 이전에 이미 시작된 고령화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1980년대부터 진행되었다고 한다. 경제적 부흥시기에 왜 고령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을까? 이는 농촌이 도시에 노동인력을 공급하는 창구 역활을 하면서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기 시작한 지역은 급속한 고령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방에 생산시설이 갖춰지지 않고 발전이 지연된 곳은 타 지역으로 인구가 빠져 나감으로써 노령화의 시기가 다른 지역보다 일찍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에 노동력을 제공했던 노동인구들은 산업화에 필요한 값싼 노동력부터 고급인력까지 분화해서 공급되었는데, 이때 가정내에서 손위의 형제가 대학을 진학했다면 나머지 형제들은 그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 저급 비숙련 노동인구로 유입되었다. 이는 시기가 지나면서 1980년대 중화학공업 위주의 성장으로 바뀌면서 필요한 고급인력 공급에 필요한 자원이 되었던 것이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학력 평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2000년대에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대졸 이상의 고급인력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과잉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대학입학 학생의 수도 2004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고급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늘어난 대학도 줄어드는 대학생 수에 맞춰서 조정이 필요한 싯점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산업화에 맞춰서 공급되고 확장되던 노동럭은 과연 그들 자신을 무엇으로 인식하고 살았을까? 물론 그 대답은 그 삶속에 존재하는 노동자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에는 1980년대말부터 시작된 민주화 열풍과 같이해서 노동운동이 급속히 확대되었고 1990년대 초반에 그 절정을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 노동 운동은 서서히 위축되고 현재는 영향력 자체가 많이 축소된 상태이다. 왜 그토록 열망하던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 이토록 위축되었는가.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대상이 필요하기 보다는 단순히 월급쟁이로써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해 진것일까. 이는 노동자들의 의식변화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화의 경제적 영향력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노동자들간의 단합이 어렵게 만드는 성과급제라든지 종신고용의 철폐, 임시 고용직들의 활용등으로 빠르게 대응했고 지금도 그런 현상이 지속되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결국은 경쟁 속에서 개인적으로 적응하고 살아남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적 부흥과 베이비부머 세대로써 경제적 혜택,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자란 세대는 그 마지막 부흥기를 즐기며 은퇴싯점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그 화려했던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너무나 빨리 달아올랐고 너무도 빨리 식어버린 압축성장의 신화 때문에 앞선 세대와의 괴리 뿐만 아니라 적응하기 힘든 현실적 괴리감과 고통속에서 살아가야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