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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15. 09:00 - 독거노인

<오베라는 남자>


책을 읽을 때 책 자체가 가지는 깊이 있는 내용이라던지 작가가 쓰는 문장 자체가 훌륭하다던지 하는 문학적 깊이 때문에 소설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없어도 억지로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책들을 읽는건 왠지 자신에 대한 강박관념처럼 느껴진다. 이 때쯤이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내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 들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문학적 깊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보다는 그냥 가벼운 이야기 같지만 소설의 이야기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책들은 책장을 넘기는게 아까울 정도로 탐닉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베라는 남자> 이 소설도 아마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닌가 한다.

무뚝뚝한 오베라는 남자가 자신이 가진 유일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세상과 소통하기를 거부한 상태에서 다시금 세상속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일들이 발생하고 그런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주며 우리에게 이런게 행복이 아닌가라고 이야기 한다. 이런 방식의 삶에 대해서 동의 하던 동의 하지 않던 분명한 것은 그들이 가지는 소통 방식이 그리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방식이 꽤 재미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웨덴도 현대화 되면서 늙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 사람들 또한 나이든 사람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지만 그런 변화 속에서 잃어버리는 이웃들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좀 더 나은 삶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이야기 한다.

이 소설이 영화로 성공적으로 개봉 되었다고 하는 데, 오베라는 인물 자체가 가지는 따뜻한 인간미를 얼마나 잘 들어내 줄지가 궁금하다. 겉은 차갑고 고지식하며 다가가기 어려운 늙은이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 인물이다. 단지 타인과의 소통 방식에 서툴를 뿐이다. 이 고지식과 냉정함이 만드는 유머도 분명 잔잔한 재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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