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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7. 09:00 - 독거노인

<The Gravedigger’s Daughter>


철 없는 소녀가 꿈꿀 수 있는 강인함에 대한 열망, 그 열망은 단순히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그리고 외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인함에 깃든 힘은 우월한 남성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이자 숫컷들 세계에서 존경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힘이 가지는 양면성은 종종 은폐되고 왜곡된다. 강인한 힘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순간 그 힘 또한 탈출구를 찾는다. 그 방향이 연약한 여자가 되었던 힘 없는 약자가 되었던 그것은 중요하지않다. 순간적으로 폭주하며 폭발하여 그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한은 멈추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가장 보호 받아야할 이들이 희생의 제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레베카는 그것을 알기에 너무 어렸고 그런 사실들을 받아 들이고 이해하기에는 그녀 자신의 열망이 강렬했다.


“In animal life the weak are quickly disposed of. You must hide your weakness, Rebecca!”


그녀의 강인함에 대한 절망적 열망은 그녀의 아버지가 보여준 그녀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미국 사회의 타자로서, 자신이 속했던 과거와 현실의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고통의 나락 속에서 끊임 없이 신음하면서 그녀에게 주입한 타자의 열등감과 고통은 레베카가 살아가면서 평생 안고 살아가는 히스테리와 같은 것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을 원하고 갈망하면서 그 속에서 고통받고 결국 자신의 모든 면을 감추고 내면 속에서 살아가는 여인이 된 것일 것이다. 진정 그를 사랑했던 남편에게서 조차 그녀는 남자의 연약함을 보며 사랑이 식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남자와 그런 남자라 믿었던 남자가 아버지에게 느끼는 피해 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결국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그녀의 내면은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그 내면을 누구에게도 들어내지 않지만 세상을 향한 그녀의 시선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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