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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11. 09:00 - 독거노인

<파리에는 요리사가 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요리에 대한 선입견이 가득하다. 이런 편견은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며, 관심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먹는 걸 좋아하면서 프랑스 요리에 관심을 안두고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프랑스 음식점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태리 요리처럼 단품으로 맛있든 맛이 없든 가볍게 접근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나마 <음식의 제국>을 읽으면서 프랑스 요리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했고 흥미가 일었다. 그렇다고 프랑스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 파리로 날아갈 일은 아마 근자에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음식적 가이드 북 역활을 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비싸고 부담되는 코스 요리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접근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로.

음식을 이약하면서 근대 국가 형성에서 중요한 역활을 한 민족주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역사적 기원이나 민족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프랑스 요리가 얼마나 지역적으로 파편화되어 있고 고립되어 있는지를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 지역, 그 고장에서 나는 음식들로 자신들의 특색을 보여주는 프랑스 요리. 이런 요리가 국제적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라는 자리를 차지하면서 과연 그 대표성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형성된 국가 민족주의는 자신을 대표하기 위해서 특정 집단과 대상을 선별하고 거기에 고유의 색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서 대표성이라는 포장을 만들어내고 이를 국제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결국, 하나의 이데올러지와 이미지가 다양하고 분화된 세포들을 아우르는 추상적 자리 매김을 한 것이다.

이태리 음식도 그렇지만 그 나라 수도에 가서 한두번의 식사로 제대로 된 요리를 맛보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드 넓은 지역, 드 넓은 공간을 탐구하면서 음식도 같이 소화를 해야하는 것이다. 과연 그런 꿈을 실현해 줄 수 있는 날이 올까? 그저 이런 미식 소개 책을읽으며 서울 하늘 아래서 맛집이나 찾아 다니는 호사가 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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