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6. 8. 29. 09:00 - 독거노인

<야망의 시대: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믿음>


2000년 초반 나는 티벳을 여행하기 위해서 시안으로 날아갔다. 한창 고도성장에 있던 중국에 대해서 어떠한 이미지도 없었고 기대도 없었다. 그 기대하지 않은 모습에서 아직 고도 성장의 열기가 시안의 골목까지 뒤덮지 않은 모습을 경험했다. 공용 화장실에 도달하기 전 20~30미터 전부터 풍기던 재래식 화장실의 냄새, 침대열차 안에서 어깨를 맞데고 마시던 독주, 화량하게만 다가오던 풍경. 그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할 수 없었다.

기억속에 잊혀져 있던 시안은 어느 순간 티비를 통해서 보게되었고 나의 기억은 이제 더 이상 현실과 맞닿는 부분이 없음을 느꼈다. 그만큼 중국은 발전했고 발전한 만큼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나는 분명 역사적 순간을 경험했지만 그 순간에 일어나고 있던 변화를 느끼기에는 무지했고 무감각했었다.

저자는 중국에 체류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세계가 놀라워하는 거대한 중국 속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은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 들이고 있을까. 밖에서 보기에는 한마리의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며 요동을 치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 속에는 그 용안에 갇혀서 곧 질식할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이 거대한 용트림이 자신에게는 기회임을 알고 본능적으로 그 흐름에 올라타 기회를 잡은 사람도 있다.

신문 기사나 매체에서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과 그에 따른 부를 일군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10억이 넘는 인구들 중에 아주 극소수만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일반 민중들의 삶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 한국이 70년대를 거치면서 급격한 공업화와 그에 따른 물질적 혜택의 증가 그리고 중산층 증가로 이어지면서 80년대말 민주화에 대한 욕구가 터져 나왔다면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부가 증가한 만큼 일반 민중들의 자유화,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베일에 싸인 공산당이 지속적으로 일당독재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나라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은 제한된 언론과 제한된 정보 그리고 전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의 시대에 조차 제한된 영역만이 허용된 인터넷 세상을 살고 있다.

이런 제한 혹은 독재적 억압 상황이 그나마 유지 될 수 있었던 것은 덩샤오핑 이후 개혁, 개방으로 인한 경제적 성장 덕분에 어던 입막음이 가능했지만, 2008년 이후 급격히 둔화된 세계경제 상황과 성장한계(성장률이 더 이상 그들이 발표하는 수치와 예상 수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다다른 이때에 과연 어떤 대안으로 터져 나오는 불만들을 무마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천안문 사태가 던져준 커다란 충격은 무력으로 중국 공산당이 입막음을 하고 덮어 버림으로써 그 흔적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이 급격히 보급되고 더 많은 정보 체널이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공산당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제 전 인민들을 상대로 민주화 요구를 단순히 체제를 뒤 흔드는 불순분자로만 몰아 부치며 지금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압박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으며 그에 따른 변화도 수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1) 2016.09.21
<숨결이 바람 될 때>  (1) 2016.09.05
<강남의 탄생>  (3) 2016.08.01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1) 2016.07.25
<파리에는 요리사가 있다>  (1) 201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