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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4. 11:37 - 독거노인

[태국 방콕] 9월 9일


"20년전 나는 내 안의 끓어 오르는 열망들을 분출하고 싶어 인도차이나로 갔으나 그 어디에선가 길을 잃고 말았다. 한 없이 어두웠던 길을 따라 걸으며 울고 있었던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다 괜찮아 질거라고' 말해주고 싶어, 지금 이 길을 다시 간다. "


새벽 5시인데도 공항 가는 버스 안은 만석이다. 추석 연휴에 다들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간밤에 잠을 설치고 일찍 일어났더니 피곤하다. 피곤함이 온몸에 퍼져 있는데 긴장감과 흥분감에 쉽게 눈이 감기지 않는다. 일년 만에 다시 쉴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다시 온 흥분감이다.


비행기는 홍콩 공항에서 2시간 중간 텀을 두고 방콕으로 간다. 일년 전에 비행기 연착으로 홍콩 공항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적이 있어 익숙한 공항 전경이다. 전에 왔을 때는 새벽시간에 가까운 한밤 중이라서 대부분의 샵들이 문을 닫아 겨우 음료수만 살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낮시간이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과 활짝 열린 면세점 입구에 서 손님들을 기다리는 점원들로 공항은 활기가 느껴진다.





비행기 안에서 간단한 식사를 했지만 배가 고파 간단한 식사를 주문했다. 국내에서 사 먹는 비싼 중국요리보다 공항에서 사 먹는 돼지고기 덮밥이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 굳이 식도락 기행을 다니지 않아도, 맛집을 찾아 다니지 않아도, 이런 평범한 식사가 주는 만족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여행이 주는 흥분감이 만든 맛일 것이다.

우기에 들어선 날씨 탓인지 비행기들이 제시간에 뜨질 못하고 연착이다. 홍콩도 동남아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하는 날씨다.

방콕 돈무항 공항만을 이용해 본 나에게 수완나폼 공항은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한참 공사 중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던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고 공항 안의 환전소에서는 한국도도 환전이 가능하다. 처음 타 보는 공항 철도도 신기하지만 창밖 풍경도 생경하다. 내가 나이를 먹는 동안 도시도 나이를 먹었을 테지만 지하철 안의 사람들 모습은 더 밝아지고 도시 풍경은 더 생경해졌다.



공항 철도와 MTB 간 환승이 안되니 개찰구를 나가 표를 다시 끊고 환승해야 한다는게 불편하다. 환승하면서 내일 아침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하나 산다. 샌드위치 가격이 40바트정도니 방콕의 생활 물가는 우리나라의 절반정도 수준인 것 같다. 예전 여행할 때 물가보다는 확실히 비싸졌지만 음식 부분은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다.
여행 전에는 모치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치 지하철역 입구에서 고가 아래 쪽 도로를 내려다 보니 교통 상태가 꽉 막혀 있다. 차들은 움직을 생각을 안하고 매연은 고가 위에까지 느껴질 정도다. 마침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고 시간은 6시 퇴근 시간대이니 내가 악명 높은 방콕의 교통 상태를 너무 무시하고 있었다. 일단 방향부터 알아보고자 북부버스터미널 방향을 직원인 듯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버스 노선 번호(77번, 3번)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뜻하지 않게 얻은 정보로 택시는 포기하고 오는 버스에 올라탄다.

운행하는 버스는 여전히 낡고 차장이 존재 한다. 단지 요금이 내가 알고 있던 가격의 3배정도로 올랐다(15바트). 그 동안 방콕 물가가 어느 정도 올랐는지 짐작을 해 본다.

버스 차장과 옆 사람에게 북부버스터미널을 물어 보는데 내 태국어 발음을 못 알아 듣는다. 그래도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애가 눈치로 알아듣고 모치 발음을 알려준다. 내가 정류장을 다시 물어보는데 태국어로 뭐라 하는데 아마 자기가 먼저 내린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불안한 마음에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도로 풍경을 쳐다 보지만 버스는 불빛도 없고 점점 외진 도로변으로 들어선다. 어차피 시간은 추운하고 잘못 탔다면 택시로 갈아 타고 터미널로 갈 시간은 충분하다고 위로를 하면서 그저 터미널이 보이기만을 기다린다. 막히는 도로를 달려 30분 정도 지나니 북부버스터미널 전광판이 선명하게 보인다.

3층이 치앙칸으로 가는 표를 판다고 했으므로 밥로 터미널 3층으로 올라갔다. 창구에서 ‘2어클락’이라고 발음하면서 버스표 시간을 알려준다. 나는 새벽 2시까지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야하나 고민하면서 발권 표를 받아드니, 20시를 그렇게 발음 한 것이었다. 출발까지 20분정도 시간이 있어 화장실 갔다가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알고 보니 티켓창구와 버스 승강장은 바로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 입구에 식당들까지 있어서 굳이 샌드위치까지 사면서 밥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었다.

밤 8시에 출발한다던 버스는 8시 20분이 되어서 출발한다. 그 사이 빵과 찰밥, 반찬, 물을 나눠준다. 오래전 기억으로는 에어컨 때문에 몹시 떨면서 밤을 보냈던 기억이 있었는데 지금 탄 버스는 생각보다 에어컨을 세게 틀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담요에서 냄새가 좀 난다는 정도. 버스는 달리면서 에어컨을 조절해 줘서 예전 냉동차의 악몽을 불러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추위 때문에 잠들기 힘들었던 기억에 반해서 이번에는 차가 유턴을 자주해서 몸이 심하게 한쪽으로 뒤틀려 허리와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한다. 아마 나이가 들어 이런 장거리 버스를 견디기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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