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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4. 11:40 - 독거노인

[태국 치앙칸] 9월 10일


새벽 5시반에 치앙칸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몇몇 승객은 툭툭을 타고 사라진다. 이 시간에 문을 연 숙소가 없을 듯하여 일단은 메인로드쪽으로 나가 보기로 한다. 너무 작은 관광지라서 그런지, 혹은 비수기라서 그런지 삐끼들이 안 보인다. 아니면 그동안 관광 문화가 바뀐 것일까?

얼마 걷지 않았는 데 시장이 나온다. 시간은 많고 급한 일도 없으니 천천히 시장 안을 둘러본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마 먹을 것도 꽤 있고 과일도 있어 싼 가격에 적당히 식사를 떼울 때 좋을 듯 하다. 일단 두유를 한잔 마신다. 같이 파는 튀긴 빵도 먹고 싶지만 기름 속에 빠졌다 나오는 순간 흘러내리는 기름을 보니 아침부터 느끼한걸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시장 안을 벗어나 차길쪽으로 나오니 탁발하는 모습이 보인다. 언젠가부터 게으른 여행자가 돼버린 나에게 이런 새벽 시간에 탁발하는 모습을 보는 건 여간 진귀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예전에 여행할 때도 새벽 시간에 일어는 났지만 결코 탁발 구경하러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탁발하는 승려들 모습을 보면서 치앙칸 메인로드 안쪽가지 쭉 훓어봤다. 대충 거리가 눈에 들어오니 생각한 숙소를 찾아 가 보기로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보았던 숙소는 아무리 길을 돌고 돌아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알 수가 없다. 점점 피곤함이 몰려오고 귀찮아지기도 해서 soi5 길에 있는 아무 숙소나 들어가 방 값을 물으니 500바트 부른다. 강가 숙소도 아니고 500바트는 비싸다고 생각해 깎아 달라고 하니 이틀 머무는 조건으로 하루 400바트까지 가능 하단다. 에어컨(한국에서 전기요금 때문에 맘껏 써 보지도 못하는 에어컨이다)달린 방이고 해서 흔쾌히 합의 했다.






일단 씻고 누웠지만 새벽의 피곤함과는 상관 없이 잠은 안온다. 이틀 만에 씼고 누웠는데 몽롱함과 벌써부터 더워지는 열기에 시원하다는 느낌도 없이 침대 위에서 뒤척인다. 결국 침대 위헤서 뭉개는 것보다는 동네 구경이나 할 요령으로 숙소를 나섰다. 배가 고픈건지 안 고픈건지 감각도 별로 없지만 시장으로 가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 해 볼 생각이다. 시장에 도착하니 새벽에 있던 가게들 중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시장의 활기가 많이 떨어졌다. 열린 쌀국수 가게에서 쌀국수 한그릇을 먹고 두리안 한조각을 사서 치앙칸 거리로 간다.


북쪽 지방이라서 우기에는 어느 정도 시원할 줄 알았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면 내 기억 속에 존재하던 태국의 더위가 희미해져 체감하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리 길지 않은 치앙칸 거리를 대충 훓어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주말 아침이라 태국 관광객들도 많고 가게들도 일찍 문을 열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주말의 느긋함이 그대로 길거리에 베여 있다.

두리안을 처음 먹어봤던 것이 베트남 여행할 때다. 과일의 왕이라는 말에 시장에서 한통을 비싼 가격에 사서 한 입 베어물자마자 버렸었다. 그 때는 숙소 주인장도 먹기를 꺼려해서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두리안은 거의 잊고 지내다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를 여행할 때 쇼핑몰에서 파는 두리안을 먹어 보고 그만 반하고 말았다. 왜 그 때 두리안을 먹어 볼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아마 인도차이나에서 하던 방황이 끝나가고 있음을 예감한게 아닐까 생각된다. 아니 예감이라기 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끝을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그렇게 맛을 본 두리안은 족자카르타에 머무는 동안 하루에 한번씩은 꼭 식사 대용으로 사 먹기 시작했다. 지금 먹는 두리안이 그 때의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건지, 그 때의 맛을 되새겨 보는 건지는 모르겠다.

완전 한낮이 되기 전에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오전에 갔던 길 반대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가게에 들려 물과 맥주를 샀는데 지갑을 안 들고 나와서 숙소로 급히 돌아갔다. 한낮 더위에 시원한 맥주 한잔은 목구멍을 타고 기분 좋게 흘러 들어간다. 순간의 시원함은 한낮 더위에 뜨거운 열기에 금방 사라지고 갈증만 유발 한다. 그늘을 찾아 길가 절에 들어가 봤지만 아무도 안 보이고 딱히 볼만한 흥미 있는 것도 없다. 절 지도에 나와 있는 대나무 길을 걸어볼까 하고 그쪽으로 갈려니 입구에 자고 있던 개가 침입자를 발견하고 짖어댄다. 이 짖는 소리에 멀리서 자고 있던 다른 개도 합류하니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산책은 포기하고 뭔가 시원한 구경 거리를 찾아서 빅씨로 간다. 지도상으로는 큰 길에서 600미터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대로변에 햇빛을 피할 그늘 하나 없는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빅씨에 도착해서 보니 시간 상으로는 얼마 안지났다. 빅씨의 입구에는 태국답게 주차장에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다. 나처럼 걸어오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마트라고 해서 우리나라 이마트 정도의 크기를 기대했는 데 시골의 작은 동네라 그런지 규모가 우리나라 슈퍼마켓 정도다. 약간은 실망했지만 여행에 필요한 생필품들은 여기서 다 구매 가능할테니 열심히 뒤져 본다. 딱히 싸지 않은 비누(싼거는 묶음으로만 팔고 비싼거는 개별 단위로 판다) 하나 사고 생선까스와 밥을 샀다.

뜨거운 열기로 덥혀진 숙소는 후끈하지만 피곤함에 땀흘리면서도 낮잠을 좀 잤다.

치앙칸 거리는 밤이 되어서야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닫혀 있던 가게 문들이 열리기 시작하고 거리에 군것질 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길 양 옆으로 줄지어 있는 노점상들을 구경하며 길 끝에 있는 공원까지 가 본다. 시장 골목 같은 시끌벅적함은 없는 대신에 차분하면서 생기를 불어 넣는 흥분감 같은데 있는 길이다.

공원에는 신나는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별로 시끄럽지 않던 거리와는 대조적으로 무대에서 가수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정된 사람들에게 하는 공연 같은데, 공연하는 사람수와 관객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 좀 자세히 볼려고 무대 옆으로 가서 구경하는데,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공연하는 사람들이 애띤 애들이다. 아마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데, 공연하는 자신들이 더 신이나서 자신의 무대가 아닌데도 무대 옆에서 음악에 맞춰서 열심히 춤추며 놀고 있다. 끝까지 공연을 볼까 했지만 좀 있으니 관객들이 장기 자랑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흥미가 떨어져 보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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