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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4. 11:42 - 독거노인

[태국 치앙칸] 9월 12일


새벽에 잠이 깨서 아침가지 뒤척인다. 밤버스의 피곤함이 좀 풀렸납보다. 아침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엄청 뜨거운 하루를 예감케 한다. 오늘은 어제 놓친 두유를 먹고자 일찍 숙소를 나서니 스님들이 탁발을 하고 있다. 나이든 외국인 한명이 탁발 행렬이 지나가는 곳에 가 스님들이 내려주는 축복 불경에 공손히 기도를 올린다. 주말이 지나버린 치앙칸 골목은 쓸쓸하기까지 하다.






시장에 젊은 부부가 하는 두유집은 벌써 장사가 끝나간다. 다 팔고 튀김만 남았다고 손짓으로 다른 두유가게를 가르쳐 준다. 결국 튀김만 사고 두유는 다른 집에 가서 산다. 아침거리를 샀으니 간식으로 먹을 두리안을 찾는데 평소 두리안 팔던 집에 두리안이 없다. 결국 그 주위만 빙빙 돌다 포기하고 강가로 나가 강변 공원에 앉아서 사온 튀김과 두유를 먹는다. 주말 동안 잘 놀았을 애들이 분주히 학교로 가고 있다. 어제 저녁에 텅 비었었던 학교 운동장은 애들로 시끌벅적 하리라 상상한다. 잔듸가 깔려 있고 건물에 비해서 더 넓은 공간을 운동장에 할애하고 있는 이곳 시골 학교가 부럽다.







새벽의 비 덕분에 강가에 낮은 운무가 끼어 있다. 구름에 가린 곳은 라오스일까 태국일까.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나니 오늘은 치앙마이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한 시간을 가진 여행자라면 이리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지만 짧은 여름휴가를 즐기는 직장인에게는 이런 한적함을 맘껏 향유할 여유마저도 없다.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미리 예약해 두지 않았다면,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 해 본다.


이 곳에서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강가에 앉아 오전부터 마시는 맥주의 달콤함이 못내 아쉬운 여운을 남긴다. 이곳을 떠나는 순간 저 구름과 하늘, 강 그리고 타는 듯한 햇볓을 가진 이 더위 마저도 그리워질 것이다. 어디를 가나 혼자 이는 인생, 언제나 외로운 건 마찬가지지만 도시에서 느끼는 외로움보다는 이런 시골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편하고 오히려 행복감마저 느끼게 한다.

눈부신 강변에서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숙소 여주인에게 오늘 떠난다고 이야기 한다. 일단 치앙마이 버스가 있는 러이로 가기 위해서 러이행 썽태우 타는 위치를 물으니 위치를 이야기하다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남편이 오토바이로 직접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너무 친절하니 미안함마저 든다. 비수기라서 숙소에 나 혼자 있는데 간식으로 먹으라고 바나나와 과자, 커피를 마련해 주는 친절함에 여행을 시작하는 내게 이번 여행의 행복감을 안겨준다. 숙소 체크아웃 시간을 오후 4시에 해도 된다고 흔쾌이 승낙해 줘서 마음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한결 가볍다.

점심으로 길가에 있는 국수집에 가니 외국인이 찾지 않는 집인지 나를 보고 놀란다. 주문은 손으로 가르켜서 하고 잘 먹고 가격을 물으니 꼬마 아가씨가 수줍게 50바트라고 이야기 한다. 식사 후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시장으로 다시 가니 다른 가게에서 두리안을 판다. 사 먹던 두리안보다 작고 가격도 비싸지만 안먹는 것보다 나을테니 두리안을 산다.

오후가 될 수록 햇빛은 점점 뜨거워져 밖을 돌아다닌다는게 두렵지만 대충 알고 있는 버스 시간에 맞춰서 나가자니 조금 불안해서 조금 일찍 나서기로 한다. 그래도 숙소 주인이 오토바이로 데려다 준 덕분에 뜨거운 햇빛 아래서 가방을 들고 걷는 고생은 면했다. 썽태우 정거장이 두군데인 모양이다. 작은 정거장으로 갈래 큰 정거장으로 갈래 묻길래 무슨 뜻인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니 그냥 치앙칸 버스터미널로 데려다 준다. 여기가 큰 정거장 역활을 하는 곳인가 보다. 지도상에러이 썽태우 타는 곳이라고 표시된 곳 바로 위에 있다. 터미널 입구 의자에 앉아 있으니 정확하게 4시에 썽태우가 앞에 와서 선다. 왠지 정시에 썽태우가 나타난다는게 신기하다.

러이로 달리는 동안 검은 먹구름이 따라 오더니 결국은 스콜을 뿌린다. 달리는 썽태우 안에서 모두들 천막을 내려 조금이라도 비가 덜 들치게 하려고 난리다. 예의 그렇듯이 스콜은 한 10분만에 그친다. 그리고는 바로 뜨거운 햇살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썽태우는 바로 러이 버스터미널이 종착역이어서 내리는 곳 걱정을 안해도 되었다. 치앙마이 가는 버스표는 인터넷으로 알아본 데로 저녁 8시 반에 출발 한다. 표를 사고 나니 3시간 정도 비는 시간을 떼울 일이 고민된다. 일단 가방을 둘러메고 버스 터미널을 벗어나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왠지 근처에 시장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데로 지척에 시장이 있다. 역시 큰 도시답게 시장 규모는 치앙칸 시장보다 훨씬 크고 품목도 다양하다. 먹을 거리도 풍족하고 이것저것 사서 먹어보고 싶은데, 마땅하게 앉아서 먹을 곳이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먹을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쏨땀 한봉지 담아서 나온다. 시장 근처를 이리저리 배회 해 봤지만 딱히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어느 문닫은 가게 앞 탁자를 발견하고 쏨땀을 먹는다. 쏨땀을 파는 아줌마 복장이나 화장이 엄청 화려하던데, 맛도 그 외모만큼이나 좋다. 게다가 양이 엄청 많아서 2/3정도 먹었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을 정도다. 마침 배불러 올때 가게 주인이 나타나서 문을 열길래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버스터미널로 돌아오니 7시다. 대충 전자책 좀 읽다가 3바트짜리 화장실 가서 칫솔질 좀 하고 물 사니 버스가 도착한다. 이번 버스는 과자와 물만 달랑 나눠주고 끝이다. 왠지 가격은 방콕에서 치앙칸 올때와 같으면서 서비스는 더 줄어든 느낌이다. 그래도 덮는 담요가 깨끗하고 세탁한 냄새가 나서 다행이다.

버스 자리가 하필 2층 맨앞자리다. 정면이 통유리에 자리까지 높은 곳이니 보이는 풍경이 마치 3D IMAX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운전수가 차를 얌전히 몰아줘서 멀미가 나지 않는 정도다. 밤 11시쯤 되니 버스가 어느 산골 길 위에 서고 버스를 갈아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슨 이유인지 알 길은 없고 모두들 비몽사몽간에 짐들고 이동하기 바쁘다. 새로 갈아탄 버스는 전 버스보다 빨리 차를 모는 스타일이라 눈 앞이 어지럽다. 눈을 감고 빨리 잠들기를 바란다.

태국에서 야간 버스를 2번 밖에 안탔지만 예전보다 운전들을 조심해서 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예전에 버스들은 중앙선 침범은 보통이었고 서로 경쟁하듯 속도를 내서 앞질러 갔었다. 맞은 편 차선으로 넘어섰을 때도 정면으로 차가 돌진하는게 보이지만 일단 달리다가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제 차선으로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어느 순간 이게 태국에서는 당연한 운전 스타일이구나 하고 익숙해졌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런 운전은 동남아 어딜 가도 만연하고 지금도 인도에서는 일상적으로 보인다. 이제는 이런 일이 거의 안보이고 모두가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게다가 냉동차로 유명했던 야간버스들이 어느정도 온도 조절을 해 주고 있다. 물론 아직도 나눠주는 담요가 없으면 추위에 떨기는 하겠지만.

저가 항공이 발달하면서 야간버스를 타야하는 이유도 줄었고 비용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저가 항공이 더 선호될 수 밖에 없지만 그나마 안좋던 문제점들이 개선되고 있으니 야간버스가 반드시 안좋은 선택만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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