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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 14:47 - 독거노인

[태국 치앙마이] 9월 16일


매일 새벽마다 비가 오니 빗소리에 새벽에 잠을 깨서 잠들기 전에 커 놓았던 선풍기를 끄고 자는게 일상이 됐다. 비가 와서 그런지 어제 사 놓은 샌드위치가 살짝 상했다. 그래도 아까운 마음에 샌드위치와 과일팩을 먹어 치운다.

오늘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과일시장이라는 므앙마이 향한다. 그동안 치앙마이 시장에서 파는 두리안들이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번에 시장에서 적당한 가격에 풍족한 두리안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간다. 치앙마이 길들이 눈에 익으니 거리감도 생기고 걷는데 별로 멀리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 일찍 도착했더니 시장 초입부터 채소들을 내리는 트럭들이 길을 꽉 막고 있다. 시장 규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파는 품목들이 다양하며 방대하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돌아봤던 로컬시장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시장이 크고 넓으니 정신 놓고 돌아 다니다 보면 길 잃기 쉽상일 것 같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두리안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건물을 벗어난 시장 골목안이라 이리저리 둘러보니 두리안을 쌓아 놓고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키로당 50바트, 60바트 이런식으로 푯말이 붙어 있다. 손님 둘(한명은 서양 노인이었다)이 두리안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고르고 있는게 보인다. 나야 어떻게 골라야 되는지 모르니 위에 올라와 있는 큰 두리안 하나를 고르고 가격을 물으니, 상인이 저울에 달아 보고 100바트 부른다. 대충 칼질을 해서 두리안을 손으로 쪼갤 수 있게 해서 포장해 준다. 가격이 다른 시장들에 비해서 확실히 싸다. 두리안 사고 찻길로 나오니 대로변 노점상에서 대나무 찰밥을 판다. 얼마만에 보는 대나무 찰밥인가, 얼는 집어 든다. 가격을 25바트 부르는데 예전 5바트에 사먹던 기억이 떠 오른다. 그때는 여행 초반이어서 배고픈 상태에서 길을 방황하던 중 뭔지도 모르고 그냥 집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두리안을 통째로 사니 안 좋은 점이 걸으면서 자꾸만 두리안 가시에 찔린다는 것이다. 날도 더운데 무거운 두리안 가시에 찔리면서 걸어오니 숙소가 멀게 느껴진다. 숙소에서 맥주 안주로 두리안을 먹는다. 두리안을 쪼개보니 한쪽이 썩은게 보인다. 사람들이 두리안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이유가 너무 익은 부분은 썩기 시작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신선한 걸 살려는 의도였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안썩은 부분만 골라 먹어도 다른데서 파는 두리안에 100바트 이상의 과육을 먹었다.





점심을 시파에서 먹고 센트럴 에어포트 플라자로 한번 걸어가 볼 생각을 했다. 지도상으로는 갓쑤언깨우보다 약간 멀어보이는 정도여서 한번 도전해 볼만 한 거리라고 생각된다. 해자 안에서 걷는건 그럭저럭 무난했으나 해자를 벗어나자 너무 뜨거운 햇볓 대문에 우왈라 거리는 도저히 못 걸어갈것 같은 느낌이 든다. 중간에 썽태우를 세우고 가격을 물으니 100바트를 부른다. 아무리 더워도 지금까지 걸어온게 있는데, 황당한 가격에 그냥 보내고 근처에 꽤 괜찮아 보이는 건물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표지판에 싱글오리진 커피를 판다고 되어 있어서 나름 기대가 된다. 게다가 에스프레소 머신이 라마르조꼬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시원한 에어컨과 훌륭한 맛의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어느정도 위안이 된다.

카페를 나오면서 이름을 보니 Artisan이라고만 되어 있다. 거의 우왈라 거리 끝쪽에 있다. 여기서부터 에어포트 플라자까지는 그럭저럭 걸어갈만 했다. 숙소에 선글라스를 두고 나온 걸 엄청 후회한 것만 빼고.

에어포트 플라자는 갓수언깨우와 비교해서 크기가 훨신 크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깔끔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안에 로빈슨 백화점도 있어서 대충 둘러봤지만 굳이 살게 없으니 그냥 에스컬레이터 타고 왔다갔다 하는 정도 밖에 안된다. 분명 화려하고 좋은 상품들만 진열 해 놨을텐데 왠지 허전하 느낌이 있다. 뭐랄까 약간의 세련미가 빠진 느낌정도. 백화점을 빠져 나와 다른 상점들을 둘러 보고 지하 식품 매장으로 내려가 시간을 보낸다. 면적이 넓다보니 식품과 음식점들 수도 엄청나게 많다. 계속 돌아다니니 다리가 아파서 코코넛 밀크 파는 가게에서 남들 먹는 코코넛 밀크를 주문했다. 이 코코넛 밀크 속에 떡이 들어가 있는데 완전 설탕 덩어리다. 코코아 밀크도 단 데다가 설탕까지 씹히니 입안이 끈적거릴 정도다. 이걸 한 그릇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러 온다. 과일 한팩 사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에 썽태우를 부르니 50바트 부른다. 적정 가격을 몰라서 오케이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가지였다.

더울 때는 시원한 숙소가 최고지만 베란다 없는 방 안에만 갇혀 있어야 하니 답답하다. 그나마 창문이 크고, 그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시원하게 뚫려 있어서 위안이 된다. 그래도 꼭대기 층이라 낮 햇빛에 달궈진 방안은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산들 바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 냉장고가 있으면 여러모로 좋은데 가장 크게 아쉬운 점이다. 시원한 물 한잔과 맥주 그리고 과일들이 그리운 이유다.

더운 방에서 쉬어도 그리 편하지 않고 배도 꺼지지 않으니 저녁 먹으러 쏨담우던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치앙마이 도착 날의 악몽이 떠오르는 거리인데다가, 지도상으로 그날 걸었던 정도의 거리와 비슷해 보이는 거리감이지만 맛있는 쏨땀이 생각나고 운동도 할 겸 괜찮을 거 같다.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 봐도 해자를 벗어나 버스터미널쪽으로 올라가면 골목길이 거의 미로 수준으로 변한다. 어떤 메인 도로에서 직선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 안보이니 길 찾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도 상으로 일치하는 골목길 찾기가 어려워서 세븐일레븐을 기준점으로 잡고 대강의 거리를 추측하며 걸었다. 메인 도로를 벗어나 골목길로 접어드니 한적한 주택가 단지 느낌이 난다. 복잡하고 가게 많은 해자 안쪽과는 대조적이다. 한적한 골목길에 접어드니 차길쪽 매연과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한결 편해지기는 하지만 대신 건물이름이나 골목 이름을 알 수 없고 이정표도 태국어로 되어 있어 나에게는 미로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대충 직감으로 가게에 다 온 것 같아서 골목 안으로 꺽어지면 현지인에게 가게를 물으니 웃으면 바로 다음 길로 꺽어지면 있다고 알려준다.

영어 메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행이 음식 이름 옆에 영어로 적어놓은 주문표가 각 테입블마다 비치되어 있다. 영어로 음식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하지만 그냥 재료 이름 수준이라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 짐작이 안가니 이싼 단어가 들어간 음식 둘을 주문했다. 식기와 물과 야채는 셀프라 해서 테이블로 가져 오니 주문한 쏨땀이 나왔다. 새우 들어간 쏨땀을 시켰는데, 마른 새우가 들어가 있다. 원래 생새우를 기대하고 주문했는데, 너무 싼 가격에 의심이 갔지만 너무 많은 메뉴에 세세히 쳐다보고 있기 힘들어 주문한 거였는데, 메뉴를 자세히 보니 생새우 들어간 쏨땀이 따로 있다. 그래도 쏨땀 맛은 매콤달콤하니 좋다. 여기에 찰밥을 곁들여 먹으니 나쁘지 않았는데, 돼지고기 볶음이 문제였다. 돼지고기 볶음이 내 입에는 너무 매워 2/3쯤 먹으니 배가 살짝 아플려고 하는 정도다.

식당이 초저녁인데 벌써 사람들로 차기 시작하고 데이트 하는 커플들도 보인다. 확실히 데이트하는 커플들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들은 화려하다. 식당의 화장실은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어서 나올 때까지 인상이 좋다. 기회가 되면 더 찾아오고 싶어지는 식당이다.





해자쪽으로 되돌아 오는 길은 무조건 큰 길을 따라서 직진했다. 그랬더니 해자 바로 옆 병원으로 이어진다. 길을 건너 해자 안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중국식 보양탕을 팔고 있는게 보인다. 아마 해삼과 쌱스핀이 아닐까 추측해 보는데 한그릇에 300, 500바트로 가격이 꽤 상당히 나간다. 좀 더 일찍 봤다면 해삼 한 그릇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그저 구경만 한다. 식당 손님들을 보니 거의가 중국인들로 보인다.

중국 보양식 가게 뒷편 골목으로 접어 드니 거리가 휑하다. 분명 해자 안인데 버려진 건물처럼 보이는 커다란 공간과 뒷골목길은 같은 해자 안인 타페 쪽 길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숙소 근처 쏨펫 시장 길로 가는 데 찰밥 파는 집이 보인다. 다른 건 없고 그저 밥만 파는 집인거 같은데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상한 샌드위치 안 먹고 여기서 찰밥을 사다 날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찰밥 한봉지를 샀다. 이제 슬슬 주위에 필요한 가게들이 눈에 들어 온다. 여행도 일상 생활처럼 적응을 위한 시간들이 필요하다. 어느 공간에 잠시 머무는 여행이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공간은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을 들어내며 떠날 때쯤이 되면 그 진가를 보여주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짧은 여행은 슬프다.

이제 맛사지 집 주인이 친한 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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