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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24. 09:00 - 독거노인

<North Korea Confidential: Private Markets, Fashion Trends, Prison Camps, Dissenters and Defectors >


우리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간혹 매체를 통해서 전해지는 소식은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지도층의 핵심 인물이 숙청 혹은 처형되었을 때 정도다. 그나마 간간히 들리는 탈북자 소식은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이야기할 때 들려주는 너무 진부한 이야기들로만 사용될 뿐이다. 그렇다고 외국 언론이 우리나라 보다 나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차피 폐쇄적인 북한 사회를 외국 언론들이 뚫고 들어가 그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가능성도 많지 않다. 단지 그들의 입장이 외부의 시선이기 때문에 덜 편향되고 덜 이념적[각주:1]으로 바라 볼 수 있다는 정도다.


이 책도 북한을 직접 체험한 이야기가 아니라 탈북자들과 그 외 외부로 흘러나오는 정보들을 종합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통계적 자료도 신빙성 있는 발표 자료도 아니지만 나름데로 북한 주민들의 현실적 삶을 들여다 보고 그들의 상황과 외부에 대한 반응을 읽으려 노력한 책이다. 여기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 태도와 방식이 급격히 변하는 싯점을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때로 잡고 있다. 굶주림과 기아 선상에 놓인 북한이 지도층에서 어떤한 대안도 보여주지 못하고 행정력이 거의 상실됨으로써 주민들 스스로 살아 남도록 방치한 결과, 북한 체제를 유지해 오던 시스템은 붕괴하고 사적 시장(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경제의 도입)이 생겨나고 공권력의 부패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북한 체제를 유지시켜 준 것은 김정일이나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독재적 시스템이 아니고 표면적인 사회주의 경제를 유지하면서 실제적으로는 모든 것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위주로 돌아가도록 방치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사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공식적인 배급 시스템은 유명무실 해졌고, 국가에서 지급해 주는 물류나 돈으로는 어떤 것도 해결이 안되니 개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들만의 사경제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이 사경제의 중심은 장마당이라는 시장이 맡고 있고 여기서 거래되는 물품들은 외부, 특히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물품들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 물품들에는 남한의 한류 문화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도 드라마나 가요(K-Pop)을 알고 있고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경제가 북한 체제를 급격하게 흔드는 불온한 요소라기 보다는 북한 체제와 맞물려서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 또한 체제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조성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현재 상황이 확장,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어느 순간 급격한 변동을 겪으면서 해체되리라고 예견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보고 있다.


가장 특이한 사경제 시스템은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보내는 송금이다. 남북이 철저하게 걸어 잠그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남쪽 탈북자들이 송금한 금액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귀중한 지원금이라는 것이다. 이 송금의 매개 역활은 북한에 얼마 되지 않는 화교들이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중국과 자유로운 접촉이 허용되고 있어서 실제 사경제에서 물류 교류에도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사경제에서는 돈의 가치가 거의 없는 북한 공식 지폐보다는 경제 상황이 안좋은 나라에서 그렇듯 달러와 위안화가 실제 통화의 역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외부에 비치기에는 geek(영화에 열광하고 항상 그만의 잠바 차임으로 등장하고)한 독재자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나름데로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비밀조직[각주:2]을 만들었고 김일성조차 이런 비밀조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비밀조직이 실질적인 북한체제의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하는 조직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김정은도 이 조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쩌면 북한의 실질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외부적으로 들어난 김정은이 아니고 이 비밀조직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고 있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현재의 사경제 속에서 신흥 부르지아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은 평양이건 국경지역이건 자신들의 개인적인 부를 충분히 과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고, 그들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풍요를 북한에 끌어들이고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사진에는 험비를 타고 다니는 북한 주민이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도 있다). 물론 대다수의 북한 주민은 아직도 농촌 경제하에서 바닥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또한 장기 독재 체제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비밀권력조직은 어떤 결정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내부에서 어느 정도 권력 투쟁이 있음을 시사하기는 하지만 그 어떤 정보도 외부로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미래를 예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며 단지 북한의 사경제가 확장됨으로써 어느 정도 개방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는 압력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예상할 뿐이다.


조선은 500년을 버티고 망했지만, 그 오래된 유골이 아직도 북한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쓰고 봉건적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존재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1. 이념적이라는 의미도 모호하다. 우리에게는 이데올러지적인 이념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민주적인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로 나뉘는 이분법적 구분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비밀조직 이름이 영어로 변역되어 있는데, 이게 한국명을 어떻게 번역한건지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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