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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7. 09:00 - 독거노인

<에도의 패스트푸드>


에도 시대를 이야기한다면 나에게 다가오는 에도는 불구경하는 에도의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에도 말기에 관한 책에서 읽은 이야기이지만, 에도의 커다란 즐거움 중의 하나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불구경이었다고 한다. 에도는 항상 화재의 위험이 상존했으며, 끊임 없이 어디선가 화재경보가 울렸다고 한다.


에도는 불구경이 하나의 즐거움을 줄 정도로 화재가 자주 발생했으며,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대부분의 집들이 나무로 지어졌고, 집과 집 사이의 공간이 밀집되어 여유 공간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였다. 때문에 한번 불이 나면 곧바로 불이 번져 커다란 화재로 쉽게 번져 갔던 것이다. 에도는 커다란 도시였고 지금 도시 공간이 주변의 인구를 끊임 없이 빨아 들이듯이 에도 시대에도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죠닌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죠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생활을 했지만, 그 가난한 생활에서 소비하는 음식들이 지금 모두가 즐기는 초밥과 덴뿌라가 되었다. 이런 음식들은 길거리에 포장마차에서 누구나 쉽게 사먹을 수 있었고 가난한 죠닌들은 싸면서도 배를 간단히 채울 수 있는 음식으로서 선호 했던 것이다. 책에서는 가난한 죠닌들이 일을 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간단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그들은 배부르게 배를 채우고 싶어도 그렇게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여우가 없었던게 아닐까. 지금이나 예나 가난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그저 간단하면서 포만감을 채울 수 있는 음식이 최고다. 그런 음식으로는 튀김만한게 없을 것이다. 기름 덕분에 단백질 공급도 되면서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서 모밀 같은 음식은 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혀 줄 좋은 음식이었을 것이다.


현재는 누구나 즐기는 음식이지만 에도에 살던 귀족들(사무라이와 쇼군 집단)은 자신들의 권위를 생각해서 이런 음식들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 시절에도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먹던 식단을 보면 상당히 심심하면서(먹을 수 있는 생선이나 야채들이 정해져 있었다), 단조로워 보인다. 아마 계절의 변화가 없었다면 쉽게 질려버릴 메뉴들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바다에 직면해 있고 모든 식재료가 모이는 에도라는 도시는 이런 정해진 메뉴들 속에서 질리지 않을 다양함을 제공했을 것이다.


서민들, 즉 죠닌이 평소 먹었던 음식들을 보면 절임과 국 하나, 밥이 주 식단이었다. 그나마 단백질을 두부 같은 음식을 통해서 섭취할 수 있었다는 게 그들의 음식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안이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 시절 일반 인민들이 가지는 삶의 단순함과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지배 계급들 중에서 그나마 상층에 속한다면 괜찮았게지만 하층의 사무라이들은 갈수록 사치스러워지는 품위 유지 때문에 생활의 절박함을 느끼며 살았으며 아마 그들의 식단은 하층민의 죠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도 길가의 포장마차에서 파는 간단한 튀김이나 초밥을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물론 어두운 밤에 음식을 둘러메고 팔러 다니는 행상으로부터 사 먹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아마 가난한 사무라이들은 그런 체면조차 지키는게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에도에 살던 모든 이들은 불구경을 보면서 그들이 꽃놀이나 새해 신년 행사 같은 즐거움을 느끼며 간식을 사먹으면서 일상의 고단함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그 시간들을 즐겼을까? 커다란 축제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행상들이나 포장마차 음식들이 그들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었을까? 아니면 또 다시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 내일의 끼니 걱정이 줄어들어 즐거워진 죠닌들은 화재를 바라보며 그 밤을 그렇게 축제 속에서 보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