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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7. 09:00 - 독거노인

<음식 인문학>


대한민국의 주택양식이 변하면서 음식장만과 식사방식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음식 조리 공간은 주방의 모양이 변하(난방 방식의 분리, 입식 부엌시설, 음식저장 공간인 광의 소멸, 가전제품의 보급)면서 음식장만, 식사 방식도 변했다. 가족의 개념은 동거 가족이 중심이 되었지만, 여전이 확대 가족의 연대(명절, 기념일 등에 모이는)가 존재한다. 확대 가족은 저장 음식의 공유 대상이기도 하다.


고추는 일본에 조선보다 일찍 수입되었지만 조선보다 크게 유행하지는 못했다. 중국에 유입된 고추는 지역적으로 보급되었지만 전국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17~18세기에 걸쳐서 조선에 고추가 널리 보급된 이유로 소금의 대체제로써 사용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저자는 추측하고 있다. 관혼상제의 보급으로 제수용품에 들어가는 소금 사용의 증가, 곡식 생산량 증가로 음식에 필요한 소금량의 증가로 비싼 소금을 대체하는 고추 사용량의 증가가 그 이유다.


1940년대 일제시대 향토 음식은 명식물(名食物: 일본어의 한국식 표현)이라는 이름으로 다분히 지역 그 자체에서 형성된 명물 음식이다. 이 명물 요리는 일반 가정에서 조리하여 먹는 '가정요리'가 아니었다. 명물요리는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특별하게 즐기는 음식을 지칭한다. 특히 근대가 제공하는 관광과 연결되어 그것에 의해서 만들어진 요리가 명식물이다.


해방 이후 도시에서 지역명이 붙은 향토 음식이 부각되는 지점에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향수와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1970년대 이후 매스컴에 언급되는 향토 음식은 도시에서 만들어진 외식의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1980년대 이후 향토 음식 담론에는 정부가 개입한 흔적이 많다. 그 대표적 사례가 '국풍81' 축제이다. 각 시,도의 행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을 선정하였고, 그걸 판매하는 전문적 '먹자촌'이 개설되었다. 이로써 향토 음식이란 말에는 지역의 대표적 음식을 통해서 지역적 정체성을 표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몇몇 향토 음식을 제외하면 그것이 변별성을 지니는 향토 음식으로 이해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제시대 한식은 근대화에 맞춰서 개선되어야 할 대상으로 분석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민족주의 이데올러지에 부합하는 민족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분석 되었다. 결국 지금 대한민국에서 향토음식, 전통음식이란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를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음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급박하게 급조되었는지를 느끼게 한다. 유럽의 경우 근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가 발전과 민족주의적 이데올러지가 강화되면서 자국의 향토음식을 강조하여 더 넓은 지역으로 찾아다니게 만들었고 민족적, 국가적 음식이 가지는 의미는 결국 그 시대에 그 나라를 가장 잘 대표한다고 생각되는 음식이 취사선택되어진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한국은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과거 음식과 급격한 단절을 경험했고 강제적으로 주입된 음식문화가 형성되면서 그 뿌리가 철저하게 사라져 버린 상황이다.


유교 장유유서의 영향으로 식사에는 오른손 한 손만을 쓰도록 강조하고 있다. 식사에서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다음 급수의 사람이 수저를 들 수 있다. 식사를 마쳤을 때 어른이 먼저 끝내지 않으면 아랫 사람은 식탁을 벗어날 수 없다.


남녀칠세부동석은 남녀가 어울려 식사를 하지 않는 풍속으로 이어진다. 남녀 사이에는 식기구의 차이도 있다. 남자의 경우 숟가락과 젓가락을 모두 사용하여 식사를 했지만, 여자의 경우 숟가락만 주어졌다. 여자는 망자가 되어야만 제사에서 숟가락과 젓가락 모두를 받을 수 있었다. 또, 남자의 경우 숟가락과 젓가락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여자는 오늘날에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정해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도 부부유별과 남여유별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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