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7. 9. 14. 09:00 - 독거노인

<34세 무직씨>


누구나 인생에서 잠시 일탈 하는 것은 두렵다. 그것은 나이가 적든 많든 두렵운 일이고 나이가 더 많아질수록 그 두려움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아마 그 동안 살아오면서 일탈이 가질 수 있는 수 많은 문제들 혹은 그 일탈이 인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알고 있다면 아마 쉽사리 결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나마 자신이 선택하는 순간과 그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용기를 가지고 선택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본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나이 34세에 직장을 잃고 가정도 잃은 여자가 스스로 백수로 일년 동안 살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이 과연 용기 있는 선택일까 아니면 무모한 도전일까. 예전에 나였다면 당연히 그것은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고 칭찬하면서 그런 결정하는 게 왜 어려운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나이가 들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면서 그 불안감이 가지는 파급력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나와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아마 대단한 용기를 가진 행동이라고 인정할 것이다.


백수가 된다고 생활이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수입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은 최대한 아끼고, 규칙적인 생활은 하지 않을 것이며, 시간에 쫓기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주어질 것이다. 그렇게 생활들이 반복되면 지루하거나 무료해져 충전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무기력 해지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다. 그렇지만 긴 시간동안 직장 생활 해 본 사람이라면 그런 생활이 충분히 부러울 것이다. 비오는 아침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눈오는 아침에는 문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며,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자유. 그런 자유와 시간, 돈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다른 하나가 늘어나는 현대의 비애일까.


가끔은 일본의 생활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너무나 개인적이고 꽉 막힌 답답한 생활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연 일본에서 살아 본다면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산책  (1) 2017.09.22
가난해지는 중  (1) 2017.09.18
직장인의 아침  (1) 2017.09.10
원주  (1) 2017.09.04
일상  (1) 2017.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