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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4. 14:11 - 독거노인

[넷플릭스] 도비가트


<도비가트>


인도 영화라고 하면 의례이 등장하는 마살라 댄스를 생각하게 된다. 극의 전개야 어떻든지 간에 흥을 돋우는 마살라 댄스가 없다면 인도 영화가 아니라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오래 전에 봤던 <런치 박스>는 그런 전형적인 인도 영화의 틀을 깨고 스토리 중심의 전개를 끝까지 잘 보여준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가장 내게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도시락 배달꾼들이 기차 안에 모여서 흥겹게 박수를 치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마살라 댄스 같은 흥겨움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들리는 그들만의 위안의 소리로 여겨졌기 때문에 뇌리에 깊게 남았는지 모르겠다.


<도비가트>도 의례적인 마살라 댄스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심각한 스토리 라인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전형적인 비운의 러브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속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남자 주인공과 고뇌에 찬 예술가가 등장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인도 사회의 계급제도하에서는 도비가트는 불가촉 천민이기 때문에 결코 여주인공과 같은 상위 계급의 여자를 만날 기회도, 만나서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는 영화적 요소들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라고 생각 된다. 중요한 것은 결코 넘을 수 없는 신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향한 가슴 시린 사랑과 그 마음을 알고 있지만 알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는 누구나 자신의 화양연화의 한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 순간의 기억을 다시금 불러 내는 촉매제 같은 영화다. 


이 영화의 결말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누구도 그 결말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결말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냥 흔한 비운의 러브 스토리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가슴 한켠에 무겁게 가라 앉는 중압감이 결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