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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2. 16. 08:51 - 독거노인

<서른살의 일요일들>


내가 지금 무언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이 그에 관한 경험을 하고 책을 쓴 것을 읽음으로써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은 큰 실수였다. 타인의 경험으로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은 그 범위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진정 원하고 좋아한다면 책을 통한 간접 경험보다는 실천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요즘 여행관련 책들의 트랜드는 가벼움이다. 예전처럼 여행을 통한 자시성찰, 자아발견과 같은 이야기는 개나 줘버려야할 것이다 - 여행의 목적이 자아발견이나 성찰같은 철학적인 이유만이 존재하는건 아니지만. 더 넓어진 세계는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변화된 사람들을 데려다 놓았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잠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기가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전셋방을 빼서 그돈으로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신물나도록 들어서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살던 집을 팔아서 온가족이 세계를 떠돌다 돌아온 가족도 있다. 게다가 이런류의 여행은 결국 현실 도피일 뿐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결국 기다리는건 현실이고 다시 예전처럼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저 다시 묵묵히 일상속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남는 여행이다. 

게다가 1년이라는 시간이 세상을 돌아본다는 의미에서는 결코 긴 시간도 아니고 여저저기 메뚜기 뛰어다니듯이 뛰다가 돌아오는 것이 여행의 의미라면 간간이 떠나는 일상의 탈출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머리가 산발이되고 피부는 까매지고 옷은 헐어서 낡을데로 낡고. 이런것들이 주는 자기만족적인 과시는 그 시절 그 시간에만 잠시 머물다 떠다는 조그만 조각들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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