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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4. 09:00 - 독거노인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민족주의는 인류의 특성상 내재적 요인인가 아니면 근대화에 따른 인류의 인위적, 제도적 발명품인가? 개인적으로 민족주의는 서구의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 해서 도입되고 제도화된 시스템에 의해서 주입된 이데올러지라 생각한다. 


민족주의는 그 자체만으로 완결되지 못하고 다른 이데올러지와 결합하여 완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민족주의는 장기 지속적인 것(영토,문화,언어,종교)와 역사적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나타나는(정치,경제) 관계들의 총합이다. 


민족주의는 어느 싯점에 단일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그 역사적 시기에 상황과 맞닥뜨려 정치적 상황에 오염되고 변질됨으로 이런 변동성과 적응력을 민족주의의 운동성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이런 역동적 민족주의가 하나의 이데올러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동체 성원 모두를 아우르는 수직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이데올러지가 요구된다. 계급을 뛰어 넘는 초계급적 이데올러지로서 민족주의의 탄생은 프랑스 혁명을 통해서 그 발전 방향을 잘 보여준다. 새롭게 탄생한 부르주아가 노동계급과 하층민들을 아울러 새로운 사상을 설파하고 그들에게 단결을 요구하면서 어떻게 민족적 감정에 호소했는지를 본다면 서구적 민족주의의 발전적 완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동유럽의 역사 특히 폴란드의 역사를 중심으로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발전 과정을 따라 가면서 보여주는 지도의 모습은 서유럽적 민족주의 발전 과정을 거치지 못한 제 3세계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련 연방이 해체되고 독자적- 폴란드의 민주화 열기 혹은 자유화 열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인 발전 노선을 걷게 되는 정치 투쟁 과정에 그들이 거쳐야 했던 외세에 의한 굴종의 시간과 민족주의 자극제가 섞여 생경하지 않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봉건 농노제하에서 외세에 의한 농노 해방이 이루어지고 귀족 계급이나 인텔리챠들이 어떤 지도적 이데올러지를 제공하지 못한 그들에게 러시아 챠르에 보이는 온정적 충성심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민중 전체를 가로 지르는 수직적 통합을 위한 민족적 이데올러지를 제공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소비에트 공화국의 붕괴와 함께 몰락한 공산주의 후 집권한 폴란드 좌파는 폴란드의 경제 성장을 일궈낸다. 이는 공산주의 시절 누리던 복지제도 혜택을 포기하고 자본주의 시스템 도입으로 임금노동자들에게 고임금과 경제성장의 상승무드에 편승해 부의 기회를 주었다. 물론 그 결과는 부의 균등 분배가 아닌 불균형을 초래했고 아이러니하게 대부분의 임노동자들 삶의 질은 하락하고 은퇴후 누리던 연금혜택의 축소를 의미했다. 서구적 자본주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일궈낸 경제성장 상황은 아이러니 하게 과거 공산주의 시스템에서 존재하던 삶의 질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1990년대 폴란드 우파는 관료적 파시즘으로 빠져든다. 서구의 퇴폐문화, 카톨릭 종교윤리, 외래사조에 대해서 민족전통을 내세워 좌파정당들(자유주의 정당,사회주의 정당)을 이교도라 공격한다. 이런 극단적이 보수주의는 농민층에 먹혀들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결과를 낳았다. 우파 정당은 경제 강령으로 민중 보호적 강령을 제시함으로써 교육 수준이 낮은 (좌파의 표밭이었던) 저소득층 공략에 성공했던 것이다. 


1990년대를 살아낸 좌파에게 2000년의 삶은 어떤 것일까 고민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유토피아적인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살아 남은 좌파들마저 점점 입지 조건이 줄어들고 있으며 그들의 활동영역마저 줄어들고 있다. 모든 죽은 세대들의 전통은 악몽과도 같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짓누른다는 마르크스의 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좌파 지식인 혹은 진보 지식인이 되기 위한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올가미와 같은 것이다. 과거의 시간이 주는 무게를 견뎌내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진보적인 좌파가 존재할 수 있는 실험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땅에서 가진자들의 민족주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我와 彼我만이 존재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현재처럼 붉은 이념에 오염된 민족주의를 건져내 좀 더 넓은 의미의 민족주의로, 보편적 민족주의로 만들어내야 하는 의무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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