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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9. 09:00 - 독거노인

<인도기행>


작가와 나는 머나먼 시공간을 뛰어 넘어 인도라는 주제를 가지고 만난다. 그녀가 꿈꾸고 여행하던 시간과 내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여행하는 시간의 간극은 영원히 이어질 수 없는 머나먼 곳에 존재하지만 인도라는 장소가 우리를 이어주고 있다.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흔히 인도는 100년 전이나 100년이 지난 후나 지금 상태 그대로 유지될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혼돈과 무질서 속에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을 유지하길 원하는 소망에서 비롯된 말일지 모르겠다. 작가가 여행하던 시절의 인도는 그곳을 여행하는 모든이들에게 영적인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느끼고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곳 여행의 기본 법칙처럼 작용하며 그렇게 또 길들여져야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하던 곳이다. 


현재 인도는 그 예전에 이야기되던 인도에서 어떻게 변했을까. 아마 모두가 꿈꾸던 정신적, 영적 장소에서 이제는 가장 인간적인 본질만 남은 생존의 현장이 되지 않았을까. 그저 다른 여행지처럼 긴 역사속에서 살아남은 유적지들과 끊임 없이 떠도는 배낭여행자들의 쉼터를 제공하는 기나긴 해변정도일지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인도를 가는 사람들은 그곳을 버리지 않고 방문한다. 이는 작가가 치를 떨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본능에 충실한 인도인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듯이, 지금도 그들은 자신들만의 본능에 충실하면서 여행객들을 반기는 인도인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물질문화가 발전해도 결국 인간의 본능적 육신적 욕구들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시간과 공간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른 형태로 표현되고 감추어지고 때로는 포장되어 보여질 뿐이다. 이런 모습들이 인도에서는 여전히 생날것 그대로 보여지고 있으며 이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닌것으로 여겨진다. 


작가 김석경이 느끼는 인도는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 남겨 놓은 비장미를 갖춘 건축물과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들어낸 부조 속에서 그 어디에도 위치 지울 수 없는 흔들림을 보는 것 같다. 불교의 발생지역이지만 불교가 쇠퇴하고 가장 원초적이며 다양한 모습을 한 신들의 나라. 그 다양한 모습을 한 신들이 존재하는만큼 다양한 군상들이 끊임 없이 여행객들을 괴롭히는 나라다. 


그 혼돈의 인도속에서 괴로워하던 작가의 모습은 기실 인도의 혼돈도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도 아닌 한국이 가지고 있던 고통의 현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가라는 신분과 결혼하지 않은 여자라는 신분이 주는 압박감도 분명 한국속에 속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의무와 사회적 편견이 한몫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여행을 하고 있을 때 한국의 모습은 민주화를 갈망하는 기나긴 몸부림속에서 뒤틀리고 꺽여 있던 시절이다. 


인도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으며 정의하려 할 수록 다양한 모습만이 남을 뿐이다. 인도도 그저 인간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땅일뿐이며 우리가 그들로부터 무엇을 얻으려 할 필요도 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저 거대한 공룡이 화석이 되어 앙상한 뼈대를 보여준다면 그 옛 영화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의 인도를 인정하는 길일 것이다. 작가가 달려가던 인도도 지금의 인도도 하나의 인도지만 결국은 그들도 시간이 지남에 변하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그들도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리는 그속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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