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4. 9. 22. 09:00 - 독거노인

[인도 함피] 9월 11일




밤새 비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 비가 밤새 왔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늘은 비갠 후의 상쾌한 아침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충 씼고 늘 먹는 노상 식당으로 향한다. 이 식당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섞여서 늘 북적거린다. 







함피 유적지 투어는 어제 하루로 족하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사원 그늘에 숨어서 밍기적 거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해본다. 아침이지만 그늘과 햇빛이 있는 곳과의 온도차이는 급격하다. 그나마 사원 대리석 바닥의 시원함이 없다면 견디기 힘든 열기라 생각이 든다. 이런 열기 속에서 무료하게 오후까지 버틸 생각하니 썩 내키지 않아서 사원 바로 앞의 버스정류장으로 내려 갔다.


바로 출발하는 호스펫 버스가 기다리고 있길래 탔다. 호스펫 구경도 하고 기차 시간이나 버스 출발 시간을 알아볼 겸 호스펫 시내로 나가 보기로 했다. 함피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농경지와 바위 그리고 사원들로 인적이 드물다. 이런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호스펫에 가까워질수록 학교 가는 애들도 많아지고 점점 먼지도 많아지기 시작한다. 
 
호스펫에 도착하지 도로가 비포장 도로처럼 온통 먼지로 뿌옇다. 게다가 좁은 길위로 사람과 오토바이와 차가 서로 얽혀서 잘도 다니고 있다. 

기차역이 버스 종점이다. 기차역은 의외로 한산하다. 기차 시간을 물어보니 예약하는 곳으로 가보라고 한다. 예약하는 곳에서 금요일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는지 물으니 없단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대답만 듣고 버스 스탠드로 이동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봤던 곳이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괜찮은 식당이 있으면 들어갈려고 했는데, 썩 맘에 내키는 식당은 나타나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버스 스탠드까지 가고 말았다. 아무래도 점심은 함피 시내에서 먹어야할 거 같다.

함피 마을 안에서도 버스 예약이 가능하고 숙소 쥔장이 여행사를 겸하기 때문에 쥔장한테 사도 되지만 돈만 밝히는 미운 타입의 숙소 주인이라서 그에게 단돈 100루피의 수수료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에게 남는건 시간 뿐이고 호스펫까지 와서 버스표 예매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니 이걸로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나 자신을 위로해 본다. 게다가 돌아오는 버스에서 여학생 아이가 귀여워서 한번 쳐다봤더니 내릴때 나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점심 먹고 강가로 나가보니 강건너는 뱃길이 열렸다. 아침에 잠시 강가에 왔을 때 외국 애들이 배낭 들고 강가에 앉아 있는 걸 봤는데, 아마 강건너에 숙소를 잡을려는 애들이었나보다. 애국애들의 정보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서 가이드라는 애들과 농담 주고 받다가 오후에 원숭이 사원에 가기로 했다. 비용은 150루피에 합의 봤고 지금은 피곤하니 3시 반쯤에 다시 보자고 했다. 


시간에 맞춰서 강가로 나가니 모글리라는 가이드 애가 기다리고 있다. 함피 강건너편의 마을은 우붓을 생각나게 한다. 집과 길 바로 옆으로 야자수로 경계지워진 논이 밝은 초록색으로 펼쳐져 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왜 장기체류하는지 이해가 된다. 이런 풍경을 오토바이 뒤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쳐다보고 있자니 한없이 평화롭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가이드 애는 돌산을 오르면서 자기 애인 이야기를 한다. 오스트리아 여자 친구가 지금은 본국에서 공부중이란다. 공부가 끝나면 인도로 와서 결혼할 생각이라고 한다. 올해는 외국인이 자기를 지원해줘서 유럽에 다녀올 수 있게 됐다고 잘아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필리핀이나 다른 동남아에서도 가끔 듣던 이야기다. 정말 여자 친구가 이 가이드를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흘러가는 자랑거리로 떠들고 있는지 진위를 알 수 없지만 열심히 맞장구를 쳐 주었다. 


함피는 어딘가를 올라가서 그 전경을 내려다보면 그 높이만큼의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 마탕가 힐에서도 그랬지만 원숭이 사원도 또 다른 만족감을 준다. 탁 트이고 시원하면서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 결국 가이비 때문에 가이드와 안좋은 끝을 맺었다. 오토바이 빌린 비용과 기름값을 따로 청구하는데, 기름값이 비싸다고 내가 항의했는데도 결국 비용은 어제 오토바이 하루종일 빌린 비용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격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강건너는 뱃삯을 빼고 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는데, 왠지 이런 비용들에 대해서 미리 이야기하지 않고 투어가 끝나고 은근히 말을 꺼내는 가이드의 심뽀가 얇밉게 보였다. 서로 좋은 시간 보내고 재미있게 끝났으면 좋았을 일인걸 하면서 후회도 들었다.



괜히 복잡한 맘만 생기고 해서 저녁 일찍 먹고 언덕에 올라가 일몰 보면서 마음을 가라 앉힐려고 동네 입구를 빠져 나가는데 숙소 쥔장이 나를 부른다. 한국 사람이라면서 밥먹고 있는 동현이를 소개시켜준다. 인도에 온지 얼마 안됐다며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함피에서 장기 체류하고 싶다고 한다. 나에게는 온통 돈 이야기만 하는 인도인들만 있는 곳으로 느껴지는 함피가 이 친구한테는 어떤 매력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할까 조금 궁금해진다. 


이런 이야기와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니 재숙씨와 알렉스 형님이 지나가다가 한국말 소리에 같이 끼어들면서 한국사람들만의 수다 모임이 되었다. 동현이 가까운 마을에서 산 술이 있다며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해서 내 숙소 옥상에 모여서 마시기로 했다. 


동현은 내 숙소 옥상에 올라가기 전에 내 방을 구경하더니 자기 방은 완전 썩었는데 같은 가격에 내 방이 너무 좋다고 극찬을 한다. 내가 내일 떠난다고 하니 자기가 이 방을 물려 받아서 사용하겠단다. 


옥상에 4명이 모여서 여행 이야기를 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어제처럼 굵은 비가 올거 같아서 동현 숙소위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급하게 자리를 옮겼다. 알렉스 형님은 잠깐 숙소에 들렸다 온다더니 소식이 없어 우리 3명이서 간만에 늦은 시간까지 여행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결국 우리 이야기 소리가 빗소리에 들리지 않을때까지 있다 헤어졌다.

'여행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고아] 9월 13일  (0) 2014.09.28
[인도 함피] 9월 12일  (0) 2014.09.28
[인도 함피] 9월 10일  (0) 2014.09.22
[인도 함피] 9월 9일  (0) 2014.09.22
[인도 고아] 9월 8일  (0) 201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