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4. 9. 28. 09:00 - 독거노인

[인도 함피] 9월 12일


아침 일찍 형님이 방문을 두드린다. 마침 일어나서 씻을려고 준비하던 차라 방문을 열어 드렸더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으셨던지 씻을 겨를도 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그러던 차에 동현이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어제 그렇게 취한 상태에서도 잊지 않고 내 방으로 온걸보면 내 방이 어지간이 맘에 들었나보다. 


대충 씻고 면티 한장 빨아서 숙소 옥상에 널고 짐 챙겨서 가방에 싸놓고 나서 아침을 먹기 위해서 숙소를 나섰다. 멀리 가지 않고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이것저것 시켜 먹으면서 맛을 보고 결국 손님이 있던 테이블을 우리가 차지하고 앉아서 우리들 전용 탁자처럼 사용했다. 이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떠들고 있었더니 어제 만났던 경숙씨가 골목에 얼굴을 내민다. 어제 모였던 멤버들이 다시 모이니 이야기가 그칠줄 모르고 계속 이어진다. 너무 오래 앉아 있기 미안해서 계속 이것저것 시키고 짜이도 시키면서 오전을 보낸다. 


아침내내 떠들고 먹고 했더니 점심 때가 뙜는데도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다. 다들 점심 생각은 별로 없고 해서 간단한 음식을 식당에서 사서 소풍을 가기로 했다. 재숙이 안내한 길은 마팅가 힐에서 내려올 때 거쳐왔더 강가의 사원쪽 길이었다. 강옆 길을 걷고 있으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원숭이들이 우리들을 따라오기 시작한다. 걔중에 한마리의 얼굴 한쪽이 없다. 살점이 떨어져 나갔는지 이빨이 그대로 들어나 있고 우리를 바짝 따르고 있다. 모두들 공포에 질려서 잔뜩 움츠려 들었고 어찌 할바를 몰라서 심히 당황한 가운데 그나마 가방을 가지고 있는 동현에게 빨리 배낭을 열라고 재촉해서 들고 있던 샌드위치 봉투를 치워 버렸다. 그러나 이미 냄새를 맡은 녀석들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고 계속 따라 붙는 바람에 강가 소풍을 포기를 해야 했다. 강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현지인들이 이동할 때 같이 붙어서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무서웠던 강가의 소풍 대신에 마팅가 힐 입구에 있는 돌사원 한쪽에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얼마되지 않는 높이를 올라왔는데, 부는 사람도 시원하고 시야도 넓어져서 나름데로 운치가 있다. 


오후로 접어들자 덥고 타는 듯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간단한 식사와 찬물에 우린 홍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부리던 마음에 먹구름을 보자 갑자기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가 생각이 난다. 오늘은 밤차로 고아로 이동할거기 때문에 빨래가 안마르거나 비를 맞으면 안되기 때문에 맘 한쪽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다들 내가 빨래 널어 놓고 나올걸 알고 있어서 간단한 소풍은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을로 돌아와도 딱히 일정이 없던 우리는 강넌너편으로 넘어가서 차 한잔하자는데 동의를 했다. 함피 마을과 강하나 차이로 뚜렷히 다른 모습이다. 아무래도 논에 심어져 있는 진초록의 벼이삭들이 눈을 시원하게 할뿐만 아니라 드넓게 보이는 하늘 때문에 마음이 탁 트인다. 분명 한쪽 구석에서는 먹구름이 몰려왔으나 이쪽은 그 먹구름이 보이지 않는다. 넓은 돌 위에 떨어진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있으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알렉스 형님이 가지고 있던 군것질 거리로 소소한 간식으로 삼으며 시간을 보낸다. 샤프란이 비싼 향신료란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 볼 기회도 맛을 볼 기회도 없었는데, 형님이 북인도에서 샀다며 한번 맛을 보라고 준다. 꽃에서 추출한 비싼 향신료라 하는데 향이 정말 독특하다. 금값보다 비싸다는 향신료로 입안 가득 채웠으니 이보다 더한 호사도 없다. 


눈앞에 펼쳐진 진초록의 논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주는 행복감은 이제까지 여행할 때마다 느끼던 외로움을 한번에 씻어준다. 진정 외로움이 없는 행복한 시간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이제 다시 길위의 삶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저 행복하다고 느끼던 짧은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자신에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은 짧게만 느껴지기 때문에 다가오는 기나긴 시간이 더 두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여행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고아] 9월 14일 ~ 15일  (2) 2014.09.28
[인도 고아] 9월 13일  (0) 2014.09.28
[인도 함피] 9월 11일  (0) 2014.09.22
[인도 함피] 9월 10일  (0) 2014.09.22
[인도 함피] 9월 9일  (0) 201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