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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8. 09:00 - 독거노인

<인도기행>


헷세가 가고자 했던 동방은 어디일까? 그의 여정은 분명 인도 본토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인도를 가기 위해서 싱가폴을 지나 말라카 해엽을 지났으며, 결국 그가 인도의 눈물이라 불리던 실론에서 그의 마지막 반환점으로 삼고 다시 귀국 길에 올랐다. 북유럽을 출발해서 실론까지 가는 여정을 본다면 그저 기나긴 동방으로의 도피처럼 보인다. 동방에서 느끼는 더위에 지쳐하며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동방의 열병 그리고 그의 발을 묶어버려 숨박히는 더위 속에서 기약없이 기다리게만 만든 식민지의 교통 시설들. 이 모든 것이 그가 원하고자 하던 일들을 마음데로 할 수 없는 온갖 철조망과 같은 것들이었으리라. 하지만 그가 더욱 마음 속에 깊이 아로 새긴 것이 동방의 종교 생활이다. 헷세가 열망하던 불교의 영원한 정신적 고향이 그저 타락하고 식민지 속에서 무기력하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는 하나의 생활 수단처럼 보이는 것이 어쩌면 그가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런 동양의 종교를 보면서 서구 특히 북유럽의 물질적 기반과 그 위에서 행해지고 있는 과학이라는 이성의 영역에 대한 반감으로 종국에는 정신적 이상향을 찾아서 합일점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 그의 신명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깨달음을 얻는 것은 현실과 이상의 어떤한 이율배반적인 분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정신적 안착이라는 것을 헷세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바라보는 동양이 비루하고 비참하지만 그 근원에는 결코 남루하지 않은 정신적 깊이가 있음을 알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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