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4. 12. 30. 09:00 - 독거노인

<인도방랑>


아주 오래전 여행에 대한 동경과 원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던 때에 인도는 나의 모든 이상향이었다. 여행을 하는 이들 혹은 배낭 여행을 한다는 이들은 모두 인도로 갔고 그곳에서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뭔가 심오하고 광대한 것들이 있는 것처럼 포장되어 나에게 인식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인도는 내 인생의 마지막 여행지가 될 것이고 절대 일주일 혹은 10일 정도 하는 짧은 여행으로는 인도 땅을 밟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다짐은 다짐으로만 남았을 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남은건 이제 시간도 돈도 아닌 그저 공허함만 남았다. 이제는 더 이상 인도를 꿈속에서 그리던 대상으로 아니 뭔가를 가져다 줄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현실 속에서 아주 가까이 두고 그저 틈틈히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하나의 촉매제일 뿐이다. 


인도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가지고 <인도방랑>을 읽었다. 저자가 60년대에 히피들이 하나의 현실 도피처로 찾던 인도를 찾아갔던 그 심정을 읽어본다. 백년동안 아니 천년동안 그대로 화석처럼 굳어서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 될 것만 같던 인도의 시절이다. 어떤 이는 실망을 하고 어떤 이들은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바라보던 인도지만 이런 모든것들이 결코 인도를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도 지구의 일부분일 뿐이고 그들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런 발버둥조차 우리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것처럼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인도의 많은 부분이 죽음과 관련이 있다. 인간이 피할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저 끝에 달려 있는 검은 그림자처럼 우리에게 떨어지지 않는 이미지지만 지금 당장은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는 유령같은 존재가 인도의 곳곳에 퍼져 있다. 인도는 그 죽음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상속에 함께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가 주는 깨달음이란 그 모든 혼돈속에서도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는 죽음의 이미지가 아닐까. 


인도는 땅의 기운이 있고 티벳은 하늘의 기운이 강하다고 했다. 어쩌면 인도 아대륙이 가지는 무게감이 땅에서 오고 티벳의 척박한 땅속에 인간이 살게하는 기운은 하늘로부터 오는 것이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죽은자를 태워 강물에 흘려 보내고 티벳은 천장으로 죽은자들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지 모른다. 


인도에서는 굳이 무엇인가를 얻으려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많은 혼돈속에서 살아 남았다는 위안이 자신을 뿌듯하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그만큼 여행의 깊이를 더하는것이 아닐까. 저자도 결국은 자신을 학대하며 육체의 끝까지 가보려 하지만 그것이 인도이기 때문에 굳이 의미를 가지는게 아니고 자신이 그 속에서 같이 존재하고 여행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는것을 깨달은게 아닐까 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락의 시간>  (0) 2015.01.31
<그저 좋은사람>  (0) 2015.01.20
<조선상고사>  (1) 2014.12.09
<포투단 강>  (0) 2014.12.01
<The Long Day Wanes : 말레이 삼부작>  (0) 201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