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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31. 09:00 - 독거노인

<도시락의 시간>



언제 본 드라마에서였는지 혹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면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타인의 삶, 생활 방식을 추적하는 사람이 용의자의 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수거해다가 뒤져보며 그 사람의 생활 방식을 들여다 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위해서 소비하고 배출하는 행위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그 소비와 배출의 과정이 어려서는 부모의 보호 아래 가족의 환경과 생활 방식에 따라서 이어지지만 성장한 후에는 그 사람만의 온전한 생활 방식과 개인 취향에 의해서 그리고 부모의 영향이 남긴 흔적속에서 이어지고 고착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중속에서 한 개인의 소비란 대중적 소비속에서 동질화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일견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은 자신의 삶 일부가 들어나고 개인의 취향과 환경이 들어나는 방식이다. 소비의 행위중 중요한 먹는 것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는 친숙하게 관계 맺는 일상이지만 낯선 사람이나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들어내기 쉽지 않은 생활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지만 낯선 사람에게 선뜻 자신의 도시락을 들어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개방적으로 자신의 소비성향과 취향을 보여주는 관계 맺음이다. 사진과 글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가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자신이 살아온 추억중 가장 작으면서 소중한 순간을 들어낸다. 개인의 삶에서 잊혀지기 쉬우면서도 너무나 평범해서 잊혀지지 않는 과거란 바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신이 느꼈던 행복감일 것이다. 현재의 나를 있게 해준 과거의 뼈아픈 기억이 아니라 아련하면서 그 아련함이 가느다랗게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내면속에 스며들어 어느새 나를 들어내는 모습이 된 것이다. 이렇게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그리고 큰 사건 없이 잔잔한 이야기들을 들어냄으로써 이야기가 평범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알레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장점이자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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