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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0. 09:00 - 독거노인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신이 죽는 시간을 안다면 줄어들 수 있을까, 아니면 차라리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우환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안으로 서서히 스며들다가 갑자기 자신을 덮친다면 그것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까? 우리가 걸어가는 이 순간 순간 그 방향을 알 수 없듯이 죽음도 어느 순간 어느 방향에서 다가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이 시간이라는 존재 때문에 때로는 위안이 되기도 때로는 불온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기도 한다.


젊음이란 시간이 자신의 편에 서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모든것에 활기를 띈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보면 시간이 결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든 실패한 인생이든 시간은 공평한 듯 하지만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 야박했다고 불평할 것이다. 


돈 많은 늙은이가 어둡고 불빛이 없는 곳을 찾는다면 아마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간으로부터 도망갈 곳을 혹은 숨을 곳을 찾고 있는 것이리라. 시간이라 돈이 많던 성공한 사람이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든 결코 피할 수 없는, 언젠가는 마주보고 대면해야 되는 공포스런 존재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농담으로 던지는 말, "나이들면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처럼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다가오는 그 시간 자체가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다.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알 수 없게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두 눈을 뜨고 정면으로 대면할 용기가 없다면 그저 어두운 곳으로 도망치고 숨는 것만이 용기 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젊은이에게는 밤의 시간이 또 다른 활력의 시간일 것이다. 자신의 일과를 끝내고 축제와 파티가 벌어지는 시간이다. 더 많은 것을 더 위로가 되는 일들을 벌일 수 있고, 시간은 자신의 편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대상도 아니다. 무엇 때문에 아침을 두려워 하겠는가 또 다른 밤이 다가오는 징조일 뿐인데. 그저 돈 많고 할일 없이 세상으로부터 눈 감은 늙은이의 시중 드는 것이 따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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