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5. 3. 30. 09:00 - 독거노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나이가 들어간다는건 그만큼 불안이 자신을 잠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일거다. 수많은 불안들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동안에 자신은 그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우울감은 세상 그 어떤 수단으로도 치유가 안될지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신에게 다가 갈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불안을 대신 짊어져줄 신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책에 대한 어떤 하나의 선입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줄리아로버츠의 밝고 해맑은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책이 가지고 있는 무거운 주제, 혹은 삶의 의미들에 대해서 작가 자신이 특유의 유머와 말솜씨로 이렇게 풀어낼줄은 몰랐다. 30대가 넘고 안정적이던 모든 삶이 어느 순간 자신의 내면의 불안으로 인해서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다면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아니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신이 뿌리 내리고 있던 공간을 벗어나서 좀 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를 찾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30대가 넘어서 이혼을 하고 자신의 고통을 끌어 안고 떠난 여행에서 그녀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 속으로 파고 든다. 인간이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먹고 휴식을 취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 그리고 인간이 향해 가고 있는 죽음의 순간까지 이르는 여정. 이 모든 근본적이고 본능적인 행위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단순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수행하는 행위들로 바라본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그 행위들은 끝이나고 그곳에서 멈출 뿐이다. 그러나 이 행위들이 가지는 의미들을 좀 더 신에게 다가 가기 위한 행위들로 본다면 그 안에는 무수한 의미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부터 시작한 여행이 수행을 통해서 신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자신에 대한 위안을 얻고 마침내 자신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찾는 과정은 하나의 드라마처럼 격정적인 여정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여정에 굴곡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감과 싸우는 가혹한 과정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없다면 신에게 다가가는 길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때 사랑도 찾아오는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이 신의 선물처럼 자신에게 주어지고 그 사랑을 이룰수 있다는 것은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소설 같은 결말이다. 그렇지만 누군가 절망에 빠져 있다면 한번쯤 기원하고 기도해 볼만한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雨中 산  (0) 2015.04.19
<Stoner>  (0) 2015.04.09
<벚꽃동산>  (0) 2015.03.23
DIY 책상  (2) 2015.03.18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0) 201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