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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5. 09:00 - 독거노인

<타르틴 브레드>


내가 체감하기에 근 몇년전부터 식사용 빵을 파는 빵집들이 급격히 늘었다는걸 느낀다. 생활 방식이나 수준이 변하면서 기존에 제과점에서 생산하던 일본식 달콤한 빵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식사용으로써 빵이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빵집들이 많이 소개되고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회의적인 부분도 있다. 이런 시류를 타고 새롭게 오픈하는 빵집들이 이도저도 아닌 그저 아무 특색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식사용 빵도 아닌 어중간한 빵들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런 빵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를 함으로써 제대로 된 빵 문화가 정착하기 힘든 여건을 만들어내는게 아닐까 우려가 되기는 한다. 


<타르틴 브레드>는 요리인류라는 다큐멘터리에도 소개되었지만 천연발효빵을 만드는 미국의 빵집 이름이다. 그 빵집 주인이 자신이 만드는 시골빵의 레시피를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빵 레시피이기 때문에 특별히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적을 일이 없지만, 대신 빵에 대한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그 생각을 그저 긁적여보고 싶다. 


시골빵이라는 것이 밀가루,소금,물만을 이용해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간단한 빵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 오븐이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이다 - 물론 중세에 방앗간과 빵을 굽는 빵굽터가 마을에 오직 하나만 존재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빵 굽는 자체가 현대에 얼마나 편하게 변했는지 이해하기 힘들것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귀찮고 시간 소모적이라 피하고 있다. 한국에서 식사빵을 파는 가게라면 당연시 이야기하는 천연발효 라는 발효 과정도 음식의 발효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이 속을 뒤집고 들어가보면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현실이다. 천연발효를 시키기 위해서는 밀가루와 물을 배합해서 발효가 되도록 해야 되는데,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밀가루 중에서 균이 살아 있는 밀가루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모든 것을 먹어 본 남자>에 보면 저자가 직접 천연발효 빵을 만들기 위해서 고분분투하는 과정이 나온다. 그가 starter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밀가루를 구입해서 사용해 보고 실험을 해 보지만 결국 천연발효 빵을 만드는 빵집에서 얻어 온 발효균이 가장 좋았다고 고백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시중에 파는 밀가루가 보존을 위해서 약품처리가 되어 있고 천연균이 살아 있기 힘든 상황이라는 반증이다. 균이 꼭 밀가루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밀가루가 중요한 요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시골 빵의 풍성한 속과 공기층을 이야기하면서 베이킹 시에 물이 기화되면서 밀가루의 단백질 면을 밀어 올리고 그 힘 때문에 팽창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물이 많이 포함되어야하며, 베이킹 과정에서 많은 수분이 빠져 나가므로 가벼워진 빵이 만들어지고 겉은 바삭하면서 안은 부드러운 시골빵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커피도 로스팅 과정에서 1차 팝업, 2차 팝업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도 같은 원리다. 커피 콩 안의 물이 기화되면서 팽창하고 그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커피 알갱이가 커지고 벌집 모양의 공간이 팽창하면서 크랙이 발생해서 팝업이 일어나는 것이니까. 


책을 읽다보니 오븐이 있으면 약식으로라도 시골빵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예전에 배웠던 자동화 된 공정을 벗어나서 나만의 상상력으로 부풀려 올린 빵을 만들고 싶어진다. 결국 음식이라는 것도 누군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었을 때 진정한 맛의 변화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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