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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8. 09:00 - 독거노인

<한밤의 아이들>


스리나가르의 하늘을 닮은 눈을 가진 살림의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결혼하기 위해서 침대보에 뚫린 구멍을 통해서 맞선을 본다. 마치 영국에 정복당하기 전의 인도가 각 지역의 토후들에 의해서 통치되고 있어서 하나의 거대한 인도 대륙을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처럼 할아버지는 한순간 한부분만 보이는 할머니의 신체들에 매혹되어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화자인 살림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날 정각 12시에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는 인도의 독립이라는 축복과 함께 타인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이 주어진다. 물론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에 태어난 아이는 살림 혼자가 아니다. 1000명의 아이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채 하나가 된 인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두발로 일어서기 위해서 첫발을 막 내디딜려는 인도에 함께 도착한 것이다.


이렇듯 소설은 인도의 역사적 순간을 관통하면서 인도의 역사와 함께 진행된다. 아니 저자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인도의 역사적 사건들이 살림의 삶속에 깊이 연결되어 진행되는 것이다. 살림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을 각성하고 그 능력을 통해 역사적 순간에 개입하게 된다. 아니 스스로 선택한 행동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너무도 개인적인 이유로 행해진 것이지만 그 파장은 급변하고 있던 인도의 역사적 순간들에 맞닿아서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소용돌이가 된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역사란 그리고 역사적 사건이란 소설 속에서 이야기되는 것처럼 영웅들의 애국적 행위나 비겁자의 배반행위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그 장소를 살고 있는 모든 인도인들에게 속하는 것이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건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것인지 모르겠다. 


살림의 눈에 비친 정치인들은 하나의 거대 인도를 위한다기 보다는 스스로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치열한 투쟁을 벌이는 평범한 소시민과 다를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일으킨 역사적 파장이나 인도의 국회의원들이나 당파가 만들어가는 역사적 물결은 서로 맞닿아서 거대한 파도를 만들었고 민중은 그 물결에 휩쓸려 허둥대고 있는것이다. 


살림에게 주어진 능력과 자꾸만 휩쓸리게 되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그가 진정한 정화를 할 수 있는 길은 그 자신이 소멸하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부분은 자뭇 인도적 해탈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설속에서 그가 저지른 무모한 일들에 대한 속죄인지 확연히 들어나지는 않는다. 아마 그가 뒤바뀐 운명덕에 커다란 파도속으로 휩쓸릴수 밖에 없었으며 그 운명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결국 자신도 그 누구와 다르지 않은 소멸만이 진정한 원죄의 소멸을 의미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인도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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