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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2. 14:29 - 독거노인

<베니스의 제프, 바라나시에서 죽다>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폐허를 걸으며 위안을 얻다> 소개 글에는 이 책이 장르를 뛰어넘는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고 이야기 한다. 소설일 수도 수필 혹은 에세이일 수도 있는 이야기인 이 책이 나에게는 여행지라는 공간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에 다른 어떤 형식이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 책 속에서 그는 "인도"를 여행했으며 인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얼핏 얼핏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그 이야기들이 들어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갈망하게 되고 그가 느낀 감정들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지는 욕구를 억누를 수 없다. 덕분에 이 소설책을 집어들고 제프가 어느 순간 인도로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니스와 갠지스 강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소설 속에서 이야기 한다. 나에게 베니스는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어쩌면 영원히 가보지 못할 곳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갠지스 강에 대한 강한 열망은 내 안에서 항상 잠자고 있어서 어느 순간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 폭탄처럼 웅크리고 있다. 그래서 베니스에서 제프가 이야기하는 비엔날레와 파티와 예술 작품들에 대한 그의 감정들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동조하지도 못하며 그저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파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비엔날레에서 언급하는 현대작가들은 꽤 친숙한 이름들이고 몇몇 작가의 작품은 알고 있지만 제프가 이야기하는 그 작품들에 대한 평은 왠지 수긍을 못하고 그저 겉돌게 만든다. 비주얼적 이미지들을 글로 표현했을 때 그것에 과연 얼마만큼 동조하고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프가 베니스에서 자신이 갈망하던 여인을 만나고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고 그저 풀에 쩔어서 시간을 날려 버렸듯이 소설의 전반부를 그저 흘려 보낸 후 그가 잡지사의 갠지스 강 취재요청에 응해서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는 책 속으로 그리고 갠지스 강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제프가 느끼는 더러움과 불결함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인도인들의 무관심한 태도들이 내게는 너무도 친숙하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신성한 강인 갠지스가 어떻게 그렇게 오염되고 모든 쓰레기들과 시체들 그리고 인간들로 섞여들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지만 그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갠지스 강이 신성한 강으로 추앙받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 속이 들여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파란 하늘을 그대로 들어낼 정도로 초록색깔을 보여준다고 그 스스로는 고결하고 정갈한 모습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이 아니고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어 홀로 빛나는 고결한 존재로서 신성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제프가 인도의 오염된 공기 속에서 자신도 점점 그 공기속에 섞이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환상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공간 속으로 오가며 스스로의 자의식을 버리고 갠지스 강이 뿜어내는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의식은 작가가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인도의 진정한 모습이고 깨달음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제프가 갠지스 강에서 죽음을 맞이할지 아니면 어느 순간 어느 곳으로 사라질 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는 갠지스로 왔고 갠지스 강이 뿜어내는 오염되 공기에 감염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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