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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27. 09:00 - 독거노인

<마음>


청년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선생님을 만나면서 첫눈에 그에게 끌리게 되고 결국 그에게 다가가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또 다른 세계와의 조우. 그것은 젊음이 가지는 패기와 진취성으로 인생의 새걸음을 내딛는 순간, 세상에 대한 신선함을 한가득 들이키고 싶은 충동으로 시작된 만남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과거를 편지를 통해서 고백한다.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순과 이율배반 그리고 그 모순으로 인해서 고뇌하게 되는 인생의 좌절과 배반감.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본질이 가지는 감정적 모순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 모순을 받아들이고 조절하고 아니 최소한 내면적으로 존재하는 모순을 밖으로 들어내지 않고 통제하는 이성이 있는 한은 자신의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보통의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순이 밖으로 표출되는 순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 모순이 실현되는 순간 그 모순이 낳는 또다른 비극은 자신이 낳은 괴물을 맞이해야 되는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인간이란 어찌 이리도 유약하고 나약하기만 한 것일까.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흔들리고 갈길을 똑바로 가지 못하고 바람에 흔들리며 앞으로 쓰러지고 뒤로 넘어지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인간이기에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을 세우며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것이 아닐까. 나만이 아니라 타인도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며 결국은 하나의 길로만 갈 수 없는 모순된 인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순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완벽하려고 하는 인간일수록 자신의 모순을 더 더욱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에게 더 가혹한 법이니까. 이미 타인에게 그런 모순을 발견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에게서 그 모순으로 인한 고통을 보고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선생님은 아마도 청년에게 그런 자신의 모순을 들어내기 이전에 이미 자기 자신의 모순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맺음이 고통이었을 것이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자신에게 가혹하리만치 엄중해지려 했을 것이다. 청년이 그런 높고 두터운 장벽을 뜷고 물길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의 고립된 성안에 머물수 없는 인간으로서 세상에 들어나야만 하는 모순 덩어리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