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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4. 09:00 - 독거노인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저자는 비숍여사의 조선 여행기에 대한 일부를 발췌해서 비숍여사가 조선을 방문했던 100년전만해도 조선은 가난하고 비루하며 불결한 나라였지만 전후 한국의 발전, 한강의 기적을 설명한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비숍여사의 여행기를 더 읽다보면 그녀가 만주지역을 방문하고 그곳에 이주하여 정착한 조선족 사람들을 보고 그녀의 생각을 바꾸게 된다. 조선에 살고 있는 인민들은 관리들의 학정으로 인해 단지 그날그날 살 수 먹을 수 있는 것을 빼고는 모두 수탈당한 것 뿐이지 그들이 천성적으로 게으르며 불결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비숍여사나 저자나 한국을 방문하고 외국인의 눈으로 인민들을 바라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마 조선 혹은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느끼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저자의 경우 그 애정의 깊이를 가지고 책을 저술한만큼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느끼는 다양한 애증을 그대로 잘 담아내고 있다. 특히 외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정이라든지 한이라는 민족적인 감성조차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긍정적 에너지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은 군사독재기간 동안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으며 이러한 경제발전이 이루어진 이후 지금까지도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다. 이는 어릴적부터 주입되고 강제된다. 영어는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서 돈이 얼마를 들이던지 성취해야하는 인생의 목표다. 게다가 어른이 된 후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외모를 가지기 위해서 성형조차 당연히 받아들이는 나라라는 것이다. 과연 현재의 경쟁 시스템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 저자의 설명처럼 단기간에 급격한 경제성장을 성공시킨 댓가인 것인가 아니면 내재된 열등의식인가? 이제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것들을 즐길만한 여유가 있으며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나도 동의 한다. 끝없는 경쟁의 댓가는 결국 자신의 희생을 동반할 수 밖에 없고 경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점점 더 줄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나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 보기 때문에 때로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여성의 지위 문제라던지, 외국인 수용,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문제 그리고 한류라는 이름으로 형성되고 있는 한국의 문화적 환경들이다. 한국이 경제성장만큼 여성들의 지위가 올라섰다고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능력 있는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가장 안타까워 하는 한류는 정부가 나서서 형성하고자 하는 트랜디한 한류가 아니라 이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코드들이 오히려 그의 눈에는 더 한국적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렇게 그가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한국인으로써 동화되어 살면서 느끼는 동질감과 이질감을 객관적으로 잘 이해하고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가 느끼는 부분들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가 긍정적으로 이해하려 하는 한국적인 경제, 문화적 코드가 내가 느끼는 부정적 또는 우리라는 대중이 이야기하는 부정적 언어들과의 괴리가 분명 존재한다. 예를들면 그가 한국경제의 장점이자 위상으로 꼽는 모방전략이 한국 경제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미 10년전부터 이 한국경제 특히, 제조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글들이 많이 등장했다(보수진영에서는 이제서야 죽니 사니 하는판이지만). 이런 모델은 이미 한국이 일본의 모델을 따라서 경제개발을 수행하면서 필연적으로 형성된 구조다. 저가의 제조업에서 중공업 위주의 경제발전까지는 무난했지만,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독자적 생존 전략이 존재하지 않으면 성장에는 한계가 들어날 수 밖에 없고 저가의 시장은 중국이 그 후발주자로서 우리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이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이미 어느 분야에서는 우리를 뛰어넘어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가(삼성이 핸드폰 시장에서 과연 고급 브랜드 모델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면). 


저자의 애정만큼이나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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