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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10. 09:00 - 독거노인

<아프리카 방랑: Dark Star Safari>


"여행이란 계속 움직이기 위한 지연과  지체의 과정이다"


타인이 나의 일상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으로부터 도피하여 사라지기 좋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자. 24시간 나를 괴롭히고 끊임없이 감시 당하는 듯한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곳, 인터넷도 전화도 심지어 편지조차 힘든 곳 아프리카. 혼돈과 공포 그리고 동정, 연민의 장소인 아프리카지만 갓 구워낸 빵과 같은 갈색의 흙길이 기다리고 있는 땅. 만약 이런 아프리카로 떠난다면 주위의 사람들은 기아, 질병, 내전, 노상강도, 가뭄 같은 불길함고 불안함을 떠나는 이에게 쏟아낼 것이다.


저자가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한 곳은 이집트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가 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어디냐고 묻는다. 이집트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분명 아프리카의 일부이다. 왜 아프리카에 있는 아프리카로 간다고 하는 것인가? 나일강의 문명과 아프리카의 원시성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오히려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이 이러한 공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가능하게 만드는 벽이 아닌가. 이집트의 문명은 분명 이집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깊숙히 침투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수단에도 존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일강은 아프리카 깊은 곳에서 시작하여 이집트로 흘러들어온다. 


수단강에서 들리는 라디오의 우울한 소식들, "세계는 전후 가장 심각한 경제침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세상의 끝, 가장자리에 있는 지금, 자족적인 삶과 여행을 하고 있는 저자에게는 세상의 심각한 소식도 다른 별에서 들리는 잡음처럼 느껴진다. 그가 원하는 세상과 멀이지는 삶,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삶,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여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족적인 여행에서 느끼는 저자의 만족감의 이면에는 고통이 수반한다. 저자는 아프리카 식민지 말기에 아프리카에서 교직에서 그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아프리카의 모습은 처절하게 배반감만을 던질 뿐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기대하며 아프리카로 돌아왔는데, 왜 아프리카는 변하지 않았는가? 아니 발전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수십보 뒤로 후퇴해버린 아프리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프리카는 이제 더 이상 외국의 원조 없이 살아갈 길을 모색하지 않는 것 같다. 외국의 원조는 정치인들의 배를 불리는 하나의 입금 통장이고, 그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위해서 보내는 음식은 아이의 입안에서 꺼내져 어른들의 입으로 들어간다.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의 생존이란 어른들이 생존한 후에 마지막으로 기대되는 일이다.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서 와 있는 단체들은 그저 하얀 랜드로버를 타고 아프리카의 흙먼지길을 달리다 2~3개월 후 후원 활동을 했다는 만족감을 안고 그들의 나라로 돌아갈 뿐, 그들은 아프리카의 미래나 아프리카인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아프리카에서도 퍼지고 있는 도시화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 시킨다. 도시를 중심으로 철판과 흙담으로 쌓아 올리는 빈민가 슬럼가는 최악의 현대화의 산물이다. 아프리카의 농촌은 상업작물이 실패한 경우 최소한 생계를 위한 작물들을 심고 생계를 유지할 방도를 찾는다. 도시속에 머무는 아프리카인들은 그저 원조와 구걸, 도둑질 그리고 마약등으로 인생의 밑바닥을 흘러간다. 


저자는 아프리카가 진정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원조를 끊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만성적인 원조는 그들의 수동적 삶을 길게 늘어뜨릴 뿐이고 더 이상 움직여야한다는 의지를 말살할 뿐이다. 해외 원조국들은 실제 물질적 원조는 그들이 하지만 진정 아프리카인들이 고용되고 그들이 주도하는 원조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원조 물품 자체가 해외에서 만들어져서 아프리카로 보내지고 아프리카인들은 그저 그걸 받아가는 일을 할 뿐이다. 게다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어떤 건물이나 물건에 대한 유지보수, 개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물이 노후되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으면 그저 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게다가 길은 황폐화되서 길로써 제대로 된 역활을 하지 못한다. 100년정도 된 식민지 시절 건설된 철도의 일부가 아직도 그래도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그가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결국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면서 한낮의 땡볕을 피해 그늘에 숨어 있는 아프리카인들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며 타인과의 소통을 하는 이들이다. 


"늙는다는 것은 기력이 쇠하고 피부가 노화되었으며 누군가의 짐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늙음으로써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얻는다. 새로운 욕구와 욕망이 존재하는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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