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5. 10. 30. 09:00 - 독거노인

<마션>


영화와 책으로 나오면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한 개인에 집중되어 있는 미국식 소영웅주의 소설이 과연 미국의 저력을 보여주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이런 선입관과 편견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는 한 개인을 영웅으로 만들어내는 미국식 문화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이야기 스타일은 비뚤게 바라보면 타인의 희생으로 만들어낸 미국식 영웅주의의 정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미국의 이데올러지를 명확하게 들어내고 그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전쟁으로 희생되는 인물들(그것이 아군이든, 적군이든 그리고 평민이든)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오로지 흑백 논리에 휩싸여 자신이 저지른 잔혹한 행위는 목적을 위해서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상대가 저지른 행위는 어떤 행위든 가혹하고 잔인한 행위이며 우리는 이를 위해서 어떠한 희생이라도 치르겠다는 심리인 것이다.


하지만 마션을 읽으면서 그런 잔혹한 댓가를 치르는 이야기가 만드는 미국식 영웅주의에 심난하고 날카로운 칼끝을 들이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SF소설에서 느끼는 재미는 이 현실을 벗어나서 가상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는 것이 그 묘미이기 때문이다. 마션은 그러한 묘미가 무엇인지 잘 아는 소설인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배우는 기초 화학의 간단한 원리를 이용해서 주인공이 살아 남아야하는 불모지 아니 생존 불가능한 환경에서 생존 환경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원리는 간단하지만 주어진 제약조건 때문에 그리 쉽지 않은 아니 어쩌면 이야기 속에서만 가능할지도 모르는 혹독한 조건들을 하나씩 이어 붙여서 생존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 살아 남는 이야기 구조는 그 연결 고리 하나하나를 놓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완벽해질 수 없고 실수를 동반하고 사고를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이런 과정에서 하나의 실수가 생명을 거는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동반한다면 얼마나 아슬아슬하겠는가. 물론 그 아슬아슬함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 중에서 가장 우선 순위에 둘 수 있는 것은 생에 대한 의지일 것이다. 주인공인 위트니 성격 자체가 낙천적이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있지만, 그런 혹독한 상황에서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상황에서 가느다란 희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찾고 생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가장 어려운 시험일 것이다. 쉽게 포기 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찾아서 끊임 없이 시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갖는 희망을 찾아내는 초인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야기 구조 속에서 들어나는 나사(NASA)의 구조 전략-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무차별적인 물량투입과 희생-은 나에게 약가느이 불편한 심기를 얹어준다. 이야기의 중심은 위트니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는 인류와 동떨어진, 인류에게 버림 받은 하나의 희생양처럼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구조를 위한 선택들이 당위성을 부여 받지만, 그 속에 외면 당하고 있는 지구의 모순들은 그저 바람결에 흩어져 버린 하나의 장식처럼 느껴진다. 그저 재미로 읽고 있는 소설에서 그런 심가한 생각을 왜 하냐고 이야기 한다면 내가 소설의 주인공처럼 낙천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약하고 싶다. 나의 모난 성격으로는 하나의 이야기가 집중하고 있는 테마에 결코 온순하게 동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이나 소설 속에서처럼 과연 화성에 인류가 발을 딛고 서는 날도 멀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희망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가지는 힘이 더욱 배가 되는게 아닐까.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끝나지 않은 여정>  (1) 2015.11.09
<India: A million mutinies now>  (0) 2015.11.02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6) 2015.10.20
<정령들의 도시 : City of Djinns>  (0) 2015.09.21
<음식의 제국>  (0) 201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