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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3. 11:36 - 독거노인

<Ghost Train to the Eastern Star: On the Tracks of the Great Railway Bazaar>


저자는 30년전 자신이 떠났던 그 길을 다시금 밟으려 한다. 싱가폴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그가 하고자 했던 일에서 밀려났던 그는 절망적으로 글을 쓰길 원했고 그래서 자신을 붙잡는 아내를 뒤로 하고 결국 기나긴 여행길에 오른다. 절망적으로 그리워 하던 집은 그가 돌아왔을 때 다시는 그가 들어설수 있는 자리가 없어졌고 그는 그 상실감에 자신이 느꼈던 절망감과 패배감을 담아서 책을 완성한다. 덕분에 그는 성공했으며 자신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고 회고 한다. 


그에게 그토록 고통스럽게 느껴졌던 기차길을 다시금 떠난다. 하지만 그가 다시금 밟고 싶었던 공간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그 트랙도 변해 있었다. 아프카니스탄은 그의 통과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해방된 중앙아시아 국가를 통해서 크게 되돌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구소련으로부터 해방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가 떠나길 원하지 않는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찾아서 모두가 서쪽으로 향하는 때에 그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서유럽과 중앙아시아의 길 위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대부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 비난과 부시에 대한 증오의 말들(저자가 여행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을 듣는다. 그 순간 저자가 항상 묻는 말은 "미국으로 가고 싶나요?"이었고, 모두의 대답은 "제발 미국으로 보내주세요"였다. 어쩌면 저자의 악취미 같은 이런 질문은 인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일 것이다. 자본주의에 물들은 가난한 국가들은 미국을 대중적으로 증오하거나 싫어하지만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개인들은 자신의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로 미국으로의 이민을 생각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란 결국 인간의 바닥에 존재하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존재의 투쟁을 강요하는, 그 위를 구성하는 이데올러지는 결국 무시 해 버리는 강력한 통제 수단인지 모르겠다.


그가 중앙 아시아를 에둘러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 내가 떠돌던 아시아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여행했던 시기는 그가 여행한 시가의 중간에 끼어 있기 때문에 그가 느끼는 동남 아시아와 내가 느끼는 동남 아시아는 기묘하게 어긋나 있다. 인도는 그가 떠난 후에 남아 있는 모습을 훓으며 지나간 느낌이다. 아니 지나간 자리를 훓었다기 보다는 그가 남긴 자국이 그대로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닮아 있어서 시간이 과연 흘러간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인도의 대도시 특히, 뭄바이는 대표적인 상업도시로 불리고 있다. 인도가 발전한 정도를 볼려면 뭄바이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뭄바이의 하늘만 보면 인도의 경제 성장 높이를 알 수 있는 건물의 높이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늘만 바라보며 인도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바닥을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뭄바이가 성장한 만큼 넓어진 땅에는 얼마나 많은 도시 빈민들을 양상했으며 그들의 삶은 얼마나 더 비참해졌는지. 저자는 인도가 여전히 수탈 당하는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가 본 아웃소싱 업체(세계적인 타타그룹의 아웃소싱)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저자의 눈에 보이는 현실은 그가 몸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다른 나라에 사는 일반 인민들의 삶을 더 깊게 이해하고 그들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직접적인 삶이지만 그가 보지 못하는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차이나에서 발전된 모습은 일본의 자본에 의해서 부품 생산 기지로 전락하여 경기의 부침에 의해서 표리부동하는 모습이라면 어떻게 이해할까. 우리가 여행하면서 느끼는 삶이란 결국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이 바라본 일부를 확대 해석해서 그것에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부풀어 올린 현실이라는 가공의 글을 지면에 옮기는 자만심과 자기 허영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도 스스로 여행기란 결국 자기 허영과 독선의 표현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도만큼이나 자본주의 체계에 크게 포섭당한 나라는 중국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위상이 넘치는 도시들을 본 적이 없지만 그 예전 라싸를 가기 위해서 힘들게 달렸던 고원지대가 떠오른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편한 교통시스템이 도입되었고 모두가 편하게 여행하고 있다. 그 편함의 댓가는 아마도 돈만 밝히는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같다. 자신들의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그들은 많은 것을 이뤄냈지만 그만큼 그들은 과거의 자신들과도 멀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런 모습이 저자를 바로 중국을 떠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던 중국도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미얀마일 것이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독립 후 나름데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동안 가장 어두운 시기를 보내며 검은 장막의 베일 아래 갇혀 있던 이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자유롭게 숨쉴 권리조차 없는 절망감 속에서 그저 부처를 향해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도록 기도를 올리는 것 이외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테니까.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당이 승리함으로써 저자가 그토록 처연하게 느끼던 미얀마는 빠른 시간안에 변해갈 것이다.


나도 저자처럼 내가 여행했던 공간을 다시 찾고 싶다. 긴 시간이 지남으로써 내가 경험했던 공간이 어떻게 변했는지, 사람들이 그 시간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다. 내가 여행했던 곳중에서 가장 뜨거웠고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스리랑카의 그 해변에서 이제는 고통받지 않고 제대로 서 있고 싶다. 저자가 미얀마에서 만났던 한국의 타파 스님처럼 동남아시아의 불교 국가들을 영원히 떠도는 그런 삶을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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