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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14. 09:00 - 독거노인

< Where out food come from >


1941년 독일 연합군은 소련을 침공한다. 소련측은 모스크바 함락에 대비해서 예술 작품들을 피난 시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작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독일 침공 내내 주목 받지 못한 곳이 페데부르크에 있는 곡물 씨앗 저장소였다. 실제 독일이 소련 침공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고 가장 먼저 함락시 탈취하고 싶었던 곳이 이 곡물 씨앗 저장소였다. 히틀러가 그토록 집착하던 예술 작품보다도 단순히 곡물 씨앗에 관심을 보였을까.


독일 나치의 침공 기간동안 바빌로프는 정치범 취급을 받으면서 유배되어 있었으며, 소련 전체에 재앙으로 밀어 넣은 식량 부족은 그가 유배되어 있는 곳에서도 예외적일 수 없었다. 바빌로프에게 지급 받는 빵 한조각과 썩은 양배추 한조각은 혹독한 소련의 겨울을 버텨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실제 그가 사망할 당시 그는 영양실조 단계를 넘어서 몸에 단백질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 아사 수준이었다고 한다.


당대 세계 최고의 석학이었던 바빌로프는 왜 그토록 처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을까? 이 답을 얻기 위해서  저자는 바빌로프가 그토록 집착하며 죽는 그 순간까지 간절히 기원했던 미래의 식량 안보를 위한 곡식은행을 위한 여정을 더듬어 따라간다.


파미르 고원은 바빌로프가 "다원적 유전자들이 존재하는 분화구"라는 개념을 형성한 곳이다. 파미르의 경사 급한 계곡을 따라서 매고도마다 다양한 변종의 작물들을 심으면서 대대로 살아가는 농부들이 있다. 바빌로프가 방문한 이후에도 파미르 고원의 농부들은 이웃 마을 혹은 멀리 인도북부 지역까지 연결하여 종자를 끊임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토착종과 교배를 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변함 없는 농사 방법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영향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가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매년 평균 온도가 상승함으로써 빙하는 줄어들고 있으며 마을의 작물재배를 위한 고도도 계속 변하고 있다. 살구 같은 다년생 작물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열매를 맺는 양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파미르 고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작물 재배 변화는 기후 변화의 결과에 따른 결과인지 교배를 통해서 작물 유전자의 변형 때문인지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이태리의 Po 계곡은 북부 이태리에 형성되어 있는 거대한 작물 다원성 보고다. 알프스로부터 이어지는 물 공급 덕분에 계곡의 경사면을 따라서 다양한 작물군이 존재할 수 있었지만 현대에 와서 댐건설, 오래된 수로의 방치, 물 남용으로 인해서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작물 다양성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많은 식물과 작물의 기원지로 알려져 있다. 고유 토착종들의 지속은 1980년대 가뭄으로 인해서 촉발된 식량 위기에 의한 각성을 통해서였다. 국제 기구들의 지원은 상업적 작물 재배 방식을 권했지만 가난한 농민들이 지불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NGO 단체들과 연계하여 고유 토착종 재배 방식을 복원함으로써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바빌로프는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지역까지 돌면서 고유의 토착종 곡물 씨앗들을 모으고 원주민이나 토착 농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며 곡식이 전파된 기원지를 분석하였다. 우리가 가지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게 아마존 밀림 속에 사는 원주민들은 숲을 개간하여 자신들의 농사를 짓지만 결코 밀림을 밀어버리고 오직 상업 단일 종 농사만을 쫓는 이들과 다르게 밀림의 야생 곡식 종들과 재배 종 사이의 상호 교류를 통해서 더 나은 종의 개량에 이바지 한다. 그들은 밀림과 자신들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공생하는 관계를 유지하며 자연의 순환 과정에 깊숙히 개입되어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토착 곡식에 사용되는 언어들은 다양한 변종의 곡식들이 많이 존재할 수록 그들의 언어도 풍성해지며 다양한 변형을 겪는다. 바빌로프는 그런 언어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스스로 언어를 습득하고 그가 죽을때는 1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는 토착 곡물의 존재가 단순히 음식에 영향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곡식을 키우는 농민들의 문화와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티오피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화된 거대 자본은 식량을 하나의 투자, 투기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농업의 근본적인 진화 방향을 무시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생산량이 오직 하나의 자본 이익의 목표이며 민족적, 지형적, 지리적 특성은 무시된다. 고유의 토착종이 왜 중요한 이유는 지금과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고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종자의 끝없는 적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 곡식의 문제는 단순히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음식의 안전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생존력의 문제인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변형된 유전자가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작물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요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다양한 유전 정보가 관여를 하고 토착종이 끊임 없이 변화하면서 외부의 다양한 유전자 풀로부터 받아 들이는 정보와 교류를 통해서 토착종은 그런 환경 변화에서 생존 할 수 있는 생존력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교류할 수 있는 고유의 다양한 유전자 풀이 존재하지 못한다면 그 지역의 나아가 그 나라의 식량 위기는 근본적인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식량 안보의 문제는 단순한 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그나라 전체, 나아가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녹색혁명을 통해서 제공된 급격히 증가된 음식들은 전 지국적인 식량 안보의 극히 일부만을 해결했을 뿐이다. 결국 북반부의 부를 점유한 그들에게는 남아도는 음식과 질을 제공했지만,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남반구는 여전히 경제적 열등감 속에서 식량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어려운 환경 속에 있지만 전지구적인 환경 변화에 따른 또 다른 부담을 그대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될 식량 안보는 단순히 식량의 확보만이 아니라 식량의 민주화로까지 이어진다는 책의 결론은 중요한 의미를 시사할 것이다.


가난한 자들에게는 먹을 수 있는 식량의 확보가 중요하지만-누구나 평등하게 음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신이 소비하는 음식, 곡식에 대한 정보도 또한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이는 점점 대량화 되어 가는 식량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한쪽으로 내몰리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을 다시금 되집어 봐야하는 지점을 의미한다.


한국어로는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로 번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