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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1. 10:07 - 독거노인

< Video Night in Kathmandu >


여행자들은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길을 떠난다. 거기에 자신이 가는 곳에 대한 정보와 떠도는 이야기들은 그의 환상을 결정 짓는다. 실제 장소에 도착하기전에는 알 수 없는 여행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이 만들어낸 파라다이스 이미지는 끊임 없이 길을 떠돌게 만드는 환상속의 섬과 같은 존재다.


파라다이스 혹은 샹그릴라로 불리며 여행자들은 지상의 낙원을 찾아서 끊임 없이 떠돌고 다른 여행자들과 자본의 힘이 그곳을 지배하기 전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서 애를 쓴다. 그리고 그곳이 자신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음을 알고 결국 다른 곳을 찾아 떠나게 되어 있다. 지금처럼 전지구적인 여행이 가능해진 싯점에 여행자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아니 여행자들의 입을 통해서 혹은 인터넷을 통해서 전해지는 파라다이스라는 이미지는 과연 온당한 이야기일까.


저자의 여행은 미국의 경제적 문화적 영향이 아시아 국가에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 그 결과를 보기 위해서 여정을 떠난다. 80년대말 아시아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 내가 관통해 온 그 지역의 모습이 과연 저자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 궁금해지는 여정이다. 물론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싱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역동적이던 80년대말 한국을 생각한다면 그 시간에 아시아는 어떤 양태를 띄고 있었는지 되돌아 보며 다시금 지나온 과거를 되새겨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80년대 말의 인도 고아는 히피들이 발견한 고아가 상업적으로 발전을 시작하면서 그 자리에 더 이상 히피들이 생각하던 샹그릴라가 될 수 없음을 알고 더 먼 곳으로 떠나는 시기였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아마 네팔의 카투만두였을 것이다. 고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동양적 종교들이 혼재하는 도시다.


미얀마는 군부독재로 인해서 외부와 격리된 채 그저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부다의 철학을 이어받아 실천하고 있는 순백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티벳은 그 문을 살짝 열고 희미하게 보이는 불빛에 의존해서 간신히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어쩌면 그 희미한 불빛 때문에 탁한 배경을 보지 않아도 되며 문 뒤에 펼쳐진 청명한 푸른 하늘과 타르초가 날리는 공간은 그곳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열반의 상태로 이끌지 모르는 곳이었다.


저자는 홍콩과 태국, 필리핀을 돌며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결과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밑바닥까지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느낀다. 하지만 서구적 자본주의의 힘이 밀고 들어간 아시아의 그 나라에서는 일방적인 서구적 자본주의의 퇴물만이 쌓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화적 충돌과 흡수 그리고 변형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결코 한쪽만의 일방적인 힘에 의해서 변형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강력한 자본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밀고 들어가도 문화와 전통은 결코 쉽게 무릎을 꿇고 일면적인 모습으로 땅에 엎드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전통과 문화는 고스란히 숨을 쉬며 잠시 옷을 바꿔 입었을 뿐이다. 그 옷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팝송을 따라 부르며 거리를 흥청거리고 지나가는 십대들의 발랄함으로 그저 덮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그들은 어느 순간 옷을 벗고 자신들의 집으로 들어가 오붓하 저녁을 먹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모습이다. 그저 여행객으로 발전되지 않은 국가의 문명적 혜택을 받지 못한 곳을 자신들의 향수를 채우기 위해서 찾는다면 그것은 과연 온당할까. 그들도 결국은 자본의 편리함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그곳을 찾는 이들이 쓰는 돈으로 결국 자신들의 혜택을 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행자들이 찾던 파라다이스는 어느덧 변질되고 더 이상 그곳을 찾지 않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떠도는 자들은 영원히 떠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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