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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5. 09:00 - 독거노인

< We Were the Mulvaneys >


1950년대의 미국은 아마 가장 번영하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2차대전이 끝난 후 그들은 물질적 풍요속에서 다가올 미래도 장미빛으로 가득하였으리라. 그들의 이상과도 같은 가족의 온화함은 승승장구하는 미국의 가치와 괘를 같이 하며 변하지 않는 신념과 같은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러한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격정의 시기를 통과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시련이며 결국은 그들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서서 뒤를 돌아보며 머나먼 과거를 되집어 보듯이 그때를 회상하기 때문에 너무나 쉽게 가족의 해체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풍요의 시기를 거쳐 지구의 곳곳에서는 더 이상 팍스아메라카리즘이 통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그들의 생각이 더 이상 지구의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어떻게 그 충격을 흡수할까. 단순히 커다란 이데올러지의 변화에 대해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자신들이 속하는 가족과 가정에도 가해지는 변화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는 이미 그들이 그 변화를 겪고난 후에 되돌아 볼때만이 그 순간의 회오리 속 풍경을 되집어 보며 그때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가 생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드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꺼내는 이야기가 가족은 그들이 함께한 시간의 기억을 공유하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한다. 행복한 가족이란 결국 그런 기억 속에서 만들어지는 허구의 존재일지 모른다.  공유할 수 없는 기억들(순간들)이 존재할 때 결국 자신들만의 파편으로 흩어지게 된다. 가족이란 살과 피로 묶여 있지만 그들의 결속력은 결국 문화적 가치적 코드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 가족이란 집단은 기억과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면서 자기 자신들만의 집단 기억과 결속을 다진다. 물론 가족은 단일 집단으로서 존재하는 것 같지만 더 넓은 사회집단에 포함되고 포섭된다. 가족은 그 넓은 범위의 집단에 포획되는 접점과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분하기 위해서 자신들만의 결속력을 다지고 그 안에 존재하는 기억과 코드에 의존하게 된다.


가족이란 아무리 끈끈한 결속력으로 묶여 있다고 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사회의 구성원이며 개개인이 이루고 있는 집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족 구성원중 한명이 받은 상처가 공유될 수 없는 기억이 될 때, 그 상처를 보담어 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상처는 고스란이 가족 개개인이 나눠가져야 하는 공동의 상처로 발전해 간다면 결국 가족은 그 상처를 내면화하면서 분해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상처를 받은 사람은 하나지만 그 상처를 받아들이는 구성원 개개인의 방식과 내면화 과정은 각자의 몫이기에 그 과정이 진행될 수록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는 사라지고 구성원들간의 공간은 넓어지며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멀베이니 가족이 해체되고 쇠락해져 가는 과정이 어찌보면 개인 가족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미국이 자신들의 위상이 정점에 이르렀다가 결국은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자신들을 되돌아보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번영기에서 내려오는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사회적 흐름 속에서 그들의 신념도 변하며 그들 자신의 삶도 변해가는 걸 목도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흐름을 보게 된다. 어쩌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가족의 재결합이 의미하는 것이 그들이 자신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서로를 다시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이 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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