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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16. 14:37 - 독거노인

박배낭 메고 제주 올레길 걷기


작년 올레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백수가 된다면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었던 일로 올레길 걷는 것이었습니다. 50대에 백수가 되면서 시간이 넘쳐나지만 가난한 백수이기 때문에 비용을 최대한 아끼면서 올레길을 걷기 위한 방법으로 박배낭을 메고 걷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 해 보니 의외로 박배낭 메고 올레길 전체를 걸은 정보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제주도에 박배낭 메고 다녀 오신 분들은 해수욕장이나 휴양림 중심이었습니다. 그나마 찾은 정보가 제 계획과 비슷한 일정으로 올레길을 박배낭으로 다녀 온 이야기가 있는데, 박지 정보가 상당히 부족 했습니다. 후기 형식으로 올려 놓은 박지 정보는 계획상의 박지들이고 실제 제가 그곳에 머물기에는 힘들어 보이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 박지 정보는 참조 한 여성 유튜버 분이 한달동안 올레길을 박배낭 메고 걸으신 분이 올려 주신 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분도 중간중간 숙소를 이용하면서 걸은 구간이 있어서 제 일정이 이 분 일정과 맞을지 그리고 올려준 박지 정보와 잘 맞을지 걱정이었습니다.

 

                                                                                                    

 

이번 올레길은 2주 동안 전체 구간의 2/3 정도를 걸었습니다. 10월달의 제주 날씨는 여행하기에 환상적인 조건이었습니다. 낮에는 초여름 같이 더운 느낌도 있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했고 밤에는 춥게 느껴지더군요. 덕분에 청명한 파란 하늘이 끝 없이 펼쳐진 제주도 해안가를 원 없이 걷다가 왔습니다.

2주 동안 올레길 걷는 동안에 숙소는 4일 이용 했습니다. 이틀 정도 제로 데이를 가지면서 쉬었고, 이때 서귀포 시내에 있는 ‘올레스테이’를 이용해서 서귀포 시내 구경도 좀 하고 제가 가보고 싶었던 ‘유동커피’에서 정말 맛있는 커피도 마셨습니다. 

 

2주동안 이용했던 박지 중에서 최고의 박지는 협재 해변에 있는 무료 캠핑 사이트였습니다. 소나무 숲 속에 있어서 바닷가에서 날아 오는 습기와 바람도 어느 정도 막아 주고 새벽의 찬 이슬도 소나무가 막아줘서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좋았던 것은 다른 해변들에는 없는 유료 샤워장이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어서 3박 하는 동안에 매일 이용 했습니다. 아무래도 캠핑 초보다 보니 저녁이 되면 씻는게 제일 고민 되더군요. 낮에 땀을 조금 흘리거나 안 흘렸다면 대충 닦고 잘 수도 있지만, 한낮의 올레길은 거의 여름 수준의 더위였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온 몸이 소금끼로 절여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샤워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캠핑 사이트가 좋더군요. 

협재 해변 말고도 화순금모래 해수욕장에도 지역 주민들이 지하수를 이용해서 만들어 놓은 무료 탕이 있어서 씻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 캠핑장도 저 같은 초보에게는 훌륭한 박지였지만 풍경은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더군요. 풍경만 뺀다면 나머지 조건은 꽤 훌륭한 곳이었습니다.

최악의 박지를 꼽는다면 함덕 해수욕장의 박지를 꼽고 싶습니다. 여기는 캠핑 사이트가 안좋은게 아니고 바로 옆에 텐트 친 커플이 밤새 술먹고 떠드는 바람에 첫날 박지였는데 밤새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제 옆에 있던 텐트에서 계속 헛기침을 하면서 눈치를 주는데도 개의치 않고 그냥 새벽까지 떠들더군요. 덕분에 캠핑 첫날부터 컨디션 완전 망치고 시작해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올레길 걸으면서 들은 이야기와 소감을 간단하게 적어 보겠습니다.

 

1.  제주도도 지역마다 온도차가 꽤 있다. 특히, 텐트 설치한 박지마다 온도가 다 달라서 제일 따뜻하게 잤던 곳은 중문 해수욕장이었습니다.

2. 제주도 물가는 제주 지역민들에게도 비싸서 외식이나 웬만한 것들은 사먹기도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싸고 풍부한 게 귤이라고 하더군요.

3. 작년부터 올라 버린 물가 때문에 관광객 수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여파로 제주도 숙소들이 임대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합니다.

4. 10월이라서 햇빛이 그리 강하지 않은 줄 알고 얼굴 선크림 안바르고 다녀서 거의 동남아 수준으로 타 버렸습니다.

5. 큰 배낭을 메고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고, 덕분에 제주도 분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6. 계속 올레길을 걷다 보니 협재 해수욕장 박지에서 하루 온전하게 쉬면서 금릉 해수욕장과 협재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해변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왔네요(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7. 올레길을 걸으면 제주도 해안가를 계속 걷게 되기 때문에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질리도록 볼 수 있습니다. 단, 날씨가 풍경을 많이 좌우하기 때문에 이때 보는 풍경도 그날의 제주도 날씨에 의해서 많이 좌우 된다. 이번에 걷는 동안에 하루 빼고 날씨가 다 좋아서 올레길 풍경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좋았습니다.

8. 올레길을 걷기 전에는 올레길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이거나 흙길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많은 구간이 아스팔트 길을 걷게 되고 곶자왈을 걷거나 해안 도로에서 벗어나 바닷가쪽으로 접근하는 경우 바윗길을 걷는 경우만 아스팔트 길을 벗어났습니다.

9. 해수욕장 위주의 박지를 선택하다 보니 최고의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백수 아재의 올레길 백패킹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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