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의 시작은 아오마메가 고속도로 비상계단을 내려가면서 시작된다. 그녀가 비상계단을 내려갔다고 현실이 바뀐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달이 두개 뜨는 세상으로 들어간 것이다. 마치 엘리스가 토끼굴을 들어감으로써 wonder-land에 도착한 것처럼.
나는 하루키가 일본의 사이비종교 집단에 관한 리포트적 책을 출간한 후에 나온 연속선상에 책으로 <1Q84>를 읽었다. 첫 도입부부터 왠지 <밀레니엄>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듯 추리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 개연성 없던 사건들의 나열이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면서 어떻게 서로 끈을 닿고 있는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결국 그들의 존재 자체가 서로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식으로 풀려 나가는 방식은 분명 흥미 있는 전개다.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몇 안되는 하루키식 소설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난 것처럼 느껴져서 적잖이 놀라면서 흥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1Q84>의 3권을 읽으면서 결국 하루키는 자신의 스타일을 버린게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 부분에 긴박하게 전개되던 소설에서 한템포 느려지고 한발자국 벗어난 듯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결국 그의 전형적인 인간의 존재 방식을 기술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수많은 인간들이 존재하는 대도시에서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오그라들어 소멸되기 직전의 인간처럼 외롭고 쓸쓸하며 어디에도 그 손을 뻣을 수 없지만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존재. 남자든 여자든 자신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결국은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누군가와의 소통 방식에서 남녀간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면서 그 사랑이 찾아오는 동안 인내하고 견뎌내는 힘겨운 존재로서 묘사된다. 이런 느낌은 일본이 겪었던 급격한 도시 발전과 물질적 풍요가 안겨준 안락함 속에 빠르게 퍼져 나간 외로움과 고독이 상존하게 된 도심속의 인간들에 대한 하루키만의 느낌을 기술한게 아닐까 생각된다.
어찌보면 현실과 비현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소설속의 기술방식도 사실은 너무나 외로운 인간이 느끼는 고독감이 현실적인 고독감인지 아니면 자신이 잠시 어딘가 비현실속에 던져진 존재가 아닌지 고민하게 만드는 존재감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감정적인 소모 때문에 3권에서 기술되지 않은 아니면 어쩌면 버려진 장면들이 너무 많게 느껴진다. 특히 신구의 종교 집단 관련된 부분은 무엇인가 일이 일어날것처럼 묘사했지만 주인공이 급히 그 범위를 벗어나버림으로써 그 관계를 끊어 버린다. 왠지 지나친 비약 같기도 하고 너무 큰 공백을 보고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나쁘지 않지만 그동안 내가 느끼던 하루키적 글쓰기 방식은 아닌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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