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결혼식장에서 속으로 내 뱉은 악담이 내게 고스란이 돌아왔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 바로 앞이 고급 리조트인데, 이곳에 어제 결혼한 신혼 부부가 온 동네의 이목을 끌 정도로 시끄럽게 행렬을 이끌고 투숙을 한 것이다. 신혼 부부의 위세는 여기서 끝난게 아니고 밤새도록 불꽃놀이를 하는 바람에 잠들만 하면 울리고 잠들만 하면 울리고를 반복한다. 게다가 어제 저녁은 까마귀 대신에 모기가 괴롭혀서 결국 아침에 일어나니 비몽사몽이다. 이제 인도에서 제일 싫은 동물이 까마귀에서 모기로 바뀌었다. 혼자 여행이란 완전히 자유를 줄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여행자의 의무감이 존재한다. 유적지나 관광지를 벗어나서 고립되지 않는 한 아무리 자유로운 여행일지라도 유명한 장소를 갈지말지를 고민하지만 결국은 의무감이 승리를 거두고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아침이 바로 그날이라고 생각된다. 바닷가 철조망으로 뻔이 보이는 유적지를 단지 입장하기 위해서는 내국인의 25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의무감이 승리를 거둔이상 댓가를 지불해야된다고 생각된다.
더위를 피해서 아침 일찍 시작한 유적지 투어는 너무 싱겁게 끝나 버렸다.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니 아직 아침나절의 여운이 남아 있다. 바닷가 마을안에는 뭔가 불온한 기운이 감돈다. 아니 불온한 건 내 마음이고 뭔가 에너지가 이리저리 떠돌고 있는 느낌이다. 모두들 물감을 뿌리고 물을 뿌리고 남자들은 그 흥에 춤판을 벌인다. 여자들은 서로에게 물감을 뿌리면서 집앞에서 춤판을 구경하고 있다. 처음으로 인도 축제를 볼거 같다.
이 축제 때문에 마을에 있는 사원에서는 그토록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댔고, 어너지를 쏟을 준비하라고 알렸나 보다. 여기저기 물감을 뿌리고 있는 덕분에 지나가는 나도 그들의 손님이 되고 말았다. 남자들은 우리나라 상여 같은 신상을 들고 사원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그 주위에 모여서 춤추는 남자들은 서로의 옷을 찟고 물감을 던졌다.
사원으로 이동한 축제의 분위기가 그 절정을 이룬다. 거의 무아지경에 이른 듯한 남자들의 춤판과 흔들리는 신상 그리고 이를 구경하는 동네 아낙네들과 구경꾼들.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세상에 사는듯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그 흥을 즐긴다. 해변에 해가 지기 시작하면 해변은 또 다른 모습을 들어낸다. 여기에 가장 먼저 반응 하는 사람들은 해변가에 사는 마을 사람들이다. 이들은 해변 그들에 그냥 안방처럼 편하게 들어누워 편하게 낮잠을 자거나 바위에 기대고 잡담을 즐긴다. 이 가운데 개들과 소들도 한자리 차지하거나 한 구역 차지하고 들어 누워 오수를 즐기고 있다. 마말라뿌람은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확연히 구분되는 세구역이 존재하는 것 같다. 바닷가 사람들은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는 무심하게 반응하며 자신들만의 세계에 사는 것 같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메인 골목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이들의 세계다. 오직 관광객들과만의 접촉이 이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중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어디론가 떠나가고 떠나오는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 프랑스 청년 펠지노는 인도가 이번에 두번째라고 한다. 비자가 만료될 때까지 북인도를 여행했었고, 이번에도 비자가 만료될때까지 일정이나 계획 없이 여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인도 여행중에 바라나시에서 한국 사람들을 제일 많이 만났다는데, 왜 모두들 바라나시에 열광하는지 묻는다. 사실 나두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인도하면 무슨 해탈을 위한 장소처럼 바라나시를 찾는데, 어차피 그런 의미에서는 관광지 이상은 될 수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펠지노도 바라나시에서 한달간 머물렀고 북인도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라고 한다. 아무래도 시체를 태우는 곳이 가장 인도다운 도시인가보다. 펠지노는 특별히 직업이 없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닥치는 데로 일하고 모은 돈으로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닥치는 데로 일한것중에서는 보모가 가장 좋단다. 하루 3시간만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 전일로 일한단다. 이런 노동 조건이라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펠지노는 붙임성이 좋은지 동네 지역 상인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덕분에 점원애들 둘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북인도 애들과 남인도 애들은 약간의 지역 감정이 있는 것 같다. 들어내지는 않지만 남인도애들이 술 많이 마시고 담배 많이 피는 것에 혐오감을 표시한다. 그리고 남인도 애들은 더 검다고 표현한다. 모두가 떠나버린 해변에는 커다란 달 하나가 덩그러니 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적막함이 감돌지만 이 순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히 기억하거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내게는 달이 떠 있는 하늘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시간이 산산히 부셔져서 모래 알갱이처럼 파도에 휩쓸려 하나둘 떠내려가고 내 안에는 쓸쓸함과 고독만이 남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이 순간을 기억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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