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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4. 09:00 - 독거노인

<The Remains of the Day>, 원주 마지막 순간들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읽을 생각을 못했을 책이다. 게다가 작가 이름만 보면 일본인이고 이야기도 일본을 배경으로 할거라는 선입견에 사로 잡혀서 나의 무지를 그대로 믿고 잊혀졌을 이야기.


책은 전형적인 영국 영어인데다가 상류 계급이 사용하는 격식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책 앞부분은 문장에 적응하느라 약간의 고생을 거치고 나니 서시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몰입 후에 서서히 밀려오는 이질감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문화적, 물질적 이질감이 아니라 인생이 주는 이질감. 자신이 속한 인생의 격류 속에 휩쓸려 사랑과 세상의 질타와 사회적 책임감으로부터 멀어져 오로지 자신의 인생이 자신이 속한 계급적 충실과 직무적 성실성에 메몰되어 있는 모습.


하룻 동안의 고단함을 보상하는 순간이 일몰의 순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황홀해하며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고단한 여정의 끝이 어디쯤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고 그런 일몰의 순간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한 그리고 아쉬움을 알기에 남은 순간이 더더욱 안타운 것은 어쩔 수 없다.



3마리 새끼 중, 2마리는 죽고 가장 약하고 외소한 한마리가 살아 남았다. 마치 나를 닮은 듯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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