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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19. 15:22 - 독거노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10년도 넘은 시간이 흘러서 이제서야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왜일까. 언젠가 한번 보지 않았을까 하는 가물가물한 기억력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한참 빠져 있는 일본 여가수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가 잠깐 얼굴을 비춘다는 이유만으로 오래된 영화를 다시금 보게 된 것이다. 덕분에 아날로그 감성이 잔뜩 묻어하는 화면, 하지만 그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주는 따뜻한 색채감. 그리고 문뜩 문뜩 떠오르는 장면들.


인간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점점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외롭고 슬퍼하며 나이를 먹어 간다. 그렇지만 그 세상의 중심이 자신에게 있지 않지만 누구나 자신이 정한 중심을 향해서 끊임 없이 끌려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그 중심에 가지 못하고 영원히 그리워 하다 죽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스스로 그 지점에 도달 했다고 행복해 하며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그 중심은 각자가 만들고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영화의 여 주인공들은 왜 불치병에 시달리고, 그 많고 많은 불치병 중에서도 백혈병에 걸리는지 농담처럼 떠들던 때가 있었다. 아마 소설 속에서든지 영화에서든지 불치병에 시달리다 불운한 삶을 마감하는 여주인공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나이가 드니 이제는 그런 배경보다는 영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그 시절을 보게 된다. 풋풋하고 열정적이던 시절.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을 자신에게로 끌어 당길 수 있을 것 같고, 그 만큼 사랑에 대한 열정도 강렬하다. 그리고 강렬한 것은 순순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강렬함이 더 돋보일 수 밖에 없다. 짧은 사랑이 주는 강렬한 추억들과 기억들 그리고 고통들. 그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 온다.


영화의 중간에 등장하는 라디오의 음성과 음악들. 이제 다시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핸드폰 하나로 해결될 수 있지만, 그런 단순함이 오히려 지겹고 더 이상 흥미를 주지 못한다. 화면 속에 떠 다니는 수 많은 노이즈들이 있지만, 우리의 시각은 그 노이즈를 무시하고 색을 바라보고 인물을 인식하고 이야기를 평가 한다. 그리고 현실의 나와 추억 속의 내 감정이 시간을 거슬러 한데 엉겨 붙는다.


나에게도 영원히 다가가지 못하는 세상의 중심이 있었다. 어쩌면 계속 꿈만 꾸다가 끝날지 모르는 세상의 중심. 영화를 보면서 아련한 옛 기억들을 더듬으면서 그 중심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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