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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4. 09:00 - 독거노인

커피의 맛




커피의 맛이란게 어떤 걸까? 한국에서는 좋은 원두 혹은 비싼 원두만을 찾아다니며 마시고 맛을 평가했다. 이제는 더 이상 좋거나 비싼 원두를 먹기 보다는 그냥 적당한 커피맛을 내는 원두면 충분하다고 느끼지만, 한때는 그 이상이 있기를 바랬었다.


이번에 인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늦은 오후에 해변가 혹은 프랑스식 건물 사이로 난 골목을 걸어서 마시러 갔던 길거리 커피 집의 커피 맛이었다. 특별히 좋은 원두라는 것도 없고 좋은 기계도 없으며, 따라서 좋은 바리스타도 아니고 그냥 일반 종업원이 아무렇게나 내린 듯한 한잔의 커피가 전부였지만 그 커피 맛은 비싼 원두로 정성스럽게 추출한 커피 못지 않았다. 사진 속에 보이는 저 코너만 살짝 돌면 바로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테이블이나 의자 하나 없이 서서 바닷가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였기 때문에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인도답게 커피를 주전자에 계속 끓이고 있고 그 옆 주전자안에는 우유가 계속 끓고 있다. 우유를 계속 끓이다 보면 우유가 끓어 올라 넘칠것 같지만 커피가 계속 팔리기 때문에 계속 끓는 우유속에 새로운 우유가 부어지고 소비된다. 예전 우리나라 다방에서 사용했을 작은 커피 잔에 커피를 약간 따르고 끓고 있는 우유를 붓는다. 그리고 커다란 스푼으로 설탕을 넣고 저어주면 끝이다. 그 달달한 커피가 오후의 나른함을 배가 시켜주며 입안에 달달한 향을 불어넣어준다. 인도의 우유는 우리나라 우유보다 훨씬 단맛이 많이 난다. 하지만 우유의 단맛같은것은 설탕의 단맛을 이길수 없기 때문에 끓고 있는 우유의 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그 달달함 속에 쓴 커피향이 느껴지는 게 에스프레소의 진함속에서 단맛을 찾는 묘미와 비슷하다. 


커피는 한잔에 300원정도 한다. 물론 루피가치가 떨어지면서 실제 더 싸지만 가격은 그리 중요한게 아닌것 같다. 커피를 시켜놓고 천천히 마시면서 같이 커피를 마시는 인도인들을 관찰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중의 하나다. 이 커피 가게에 보온통을 들고 커피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흔히 인도인들은 챠이를 많이 마시지만 저 커피집에는 유난히 커피를 사랑하는 인도인들이 많이 모이는 것 같았다.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커피의 맛이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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