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가는 길은 정말 멀다. 집에서 출발하여 지하철로만 한참을 가지만 내려서 걷는 길도 지겹기는 마찬가지다. 과천 서울동물원을 가로 질러 가는 길이면 뭔가 즐거움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가보면 넓은 호수 하나 보는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니.
한국 현대미술을 어떤 식으로 보여줬을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사진들이 많이 끼어 있어서 놀랐다. 왜 그렇게 많은 사진작품들이 들어가 있을까. 작품성이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데. 사진에 대한 나만의 편견으로 바라봐서 그런가.
여하튼 오인환의 작품에서 태우는 향 냄새가 가득찬 전시 공간을 여유롭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각뿐만 아니라 다른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이 있다는건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서도호의 작품이 중앙의 넓은 홀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TV에서 보던 작품보다 실물로 보는 느낌이 훨씬 좋았다. 천으로 만들어진 계단에 그 붉은 느낌은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계단처럼 보이게 만든다.
내가 건축에 대해서 아는게 없기 때문에 전시장에 소개되어 있는 국내 유명 건축가들의 생각과 그 모델들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전시되어 있는 모델들의 설명과 위치들을 보면서 그동안 무심히 지나친 공간이 사실은 건축가가 정말 공을 들여서 만든 건축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새삼 서울속 공간에 대해서 놀랐다.
나중에 내가 마당을 가진 넓은 집을 가질 수 있다면,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던 집을 짓고 싶다. 특히 언덕속 안으로 푹 파 묻혀 있고 거실 혹은 온실만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집을 가지고 싶다. 이미 외국에서 에너지 절약 모델로 소개된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적은 집이다. 언덕 윗쪽으로는 태양열 판들이 있어 집에 필요한 전기 대부분은 재생 에너지로 공급이 가능한 구조다.
건축 속에서 이야기되는 공간이라는 것이 단지 자신이 소유한 공간을 꾸미는 개념이 아니라 주위와 조화를 이루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한다는 간단하지 않은 주제인지라 돈이 있다고 단지 이쁜집만을 고집하면서 주위로부터 동떨어진 집들에 실증을 느끼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작품들을 보여주는데, 몇몇 오래된 회화들은 본적이 있어서 건너뛰고 보고 싶은 작품들만을 봤다. 특히 존배, 이중섭, 구본주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존배의 작품은 단순한 모형을 하고 있지만 보면 볼수록 더 오래 되게 되는 작품이다. 나중에 돈벌면 가지고 싶은 작품중 하나가 구본주의 회사원 작품이다.
역시 콜렉션에는 많은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다. 너무 자주봐서 그런지 사진 작품들은 별 감흥이 없이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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