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1. 09:00 - 독거노인

영화 <신의 소녀들>


비키타가 머물고 있는 수도원에 예전 친구가 찾아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알리나라 불리는 이 소녀는 첫 만남부터 그 절실함을 표현하듯 울음으로 친구를 부둥켜 안는다. 수도원은 허름하고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신자들을 유지하고 있다. 이 허술한 수도원과는 대조적으로 등장하는 마을의 현대화된 모습은 극렬한 대비를 이룬다. 모든 것이 신의 뜻안에서 이루워진다고 믿는 수도원 사람들의 모습은 과연 현세의 삶속에서 종교적 믿음이 남아 있는 오래된 유물의 형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신의 계율에 따라서 살며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행위로 인한 어떠한 오류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이는 세상과의 얽힌 실타래를 만들지 않고 고립되어 살아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런 삶은 아마 현대적 의미에서 고립을 의미할 것이고 세상과의 단절이다. 이 고요한 삶속으로 예전의 사랑이 찾아오고 그 사랑을 갈구하는 요구는 점점 커져만 간다. 하지만 비키타의 사랑은 신을 향한 사랑이 더 크다. 알리나가 절규하며 자신의 사랑에 흐느껴 울지만, 신의 뜻에 따라 삶을 선택한 그녀가 갈곳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진정한 사랑이 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비키타가 선택해야하는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신을 믿지 않은다면 그 답은 너무나 가까이 와 있지만, 신의 뜻에 따라서 살아가는 수도원 사람들에게 이는 이상한 사랑이고 금지된 욕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바라는 사랑도 은밀하게 덮어두고 기도속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을 믿는다면 이 영화의 결말은 가혹하지 않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너무나 잔인하고 가혹한 결과다. 게다가 현대의 삶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 오래된 인습에 의한 사랑의 억압은 잔인한 살인과 같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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