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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10. 09:00 - 독거노인

<음식의 언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끊임 없이 변하고 생성과 소멸을 거친다. 음식도 언어만큼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그 모습을 팔색조처럼 탈바꿈하며 그 모습을 달리한다. 그렇다면 음식과 언어의 관계는 어떨까? 아마 그 둘의 관계는 뗄래야 뗄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관광의 도시인 만큼 세계의 다양한 음식점들이 펼쳐져 있고 새로운 음식의 유행이 휩쓸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지구의 먼곳을 여행하지 않아도 한동네 안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동네에 사는 덕분에 과거의 먼거리 여행이 좁은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가능해진 곳에서 살고 있다. 그만큼 다른 언어들이 좁은 동네안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음식 언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처럼 글로벌화된 동네를 찾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는 언어들이 사실은 오래된 항해의 역사를 거쳐저서 토착 문화에 정착하기까지 긴 시간을 거쳐서 우리에게 전달된 것임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저자가 책의 서에서 시작하는 캐쳡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중국의 광둥어에서 "생선젓갈"을 의미하는 데에서 기원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어째서 서양적인 단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캐쳡이 중국어인가. 어째서 생선젓갈이라는 발효 음식이 설탕과 식초, 토마토로 변질된 것인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기반이 서양적 양식위에 기초한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의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런 물질적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리고 산업혁명이 발생하기 이전에 서양이라 불리던 유럽은 자신들의 빈약한 물질 기반을 채우기 위해서 머나먼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발견되어진 신대륙과 그전까지 아랍의 패권 아래서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없었던 동양의 많은 물질적 풍요를 서양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물질이 기존에 존재하던 물질 기반에 더해질 때 그것은 단순히 기존의 역사를 지우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것은 나름의 존재 이유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그 존재방식에 익숙한 민중들은 새로운 물질과 문화를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익숙해져야할 필요가 있고 자신의 문화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런 새로운 숙고와 변신은 기존과 새로움이 가지는 융화를 발생 시키고 자신들만의 토대위에 새롭게 물질,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새로운 문화에는 새로운 언어들이 생기고 그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물질과 문화가 변하듯이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새롭게 변신하는 것이다. 


역사적 과정을 볼 때 지금이나 예전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기호는 상위 계급, 부유한 자들이 선택하는 기호의 영향을 받는다. 그들은 물질적 기반이 풍부하기 때문에 하층민들이 받아 들이기 힘든 비싼 가격과 음식적 특이성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하층민과 구별됨을 보여주고 과시를 하기 위해서 이국적인 것들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계급의 피라미드를 타고 내려와 마지막 계층까지 전파되기 마련이다. 그 피라미드를 타고 내려오는 과정에 더 넓은 공간속으로 침투하기 위해서 음식은 변화를 거듭한다. 대중적이고 많은 인민이 원하는 맛을 찾아서 기존에 유사한 맛을 가진 음식과 경합을 벌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창의적인 발상이 더해져서 풍미가 더해진 독특한 음식이 탄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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