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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9. 09:03 - 독거노인

치앙마이 3박 - 2일차, 3일차


 

아침 일찍 시장을 다녀와서 매깜퐁행 밴에 올라 탔다. 여느 관광버스 기사들과 달리 영어가 통하고 우리를 데리고 가는 곳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곁들여준다. 매우 친절하고 운전도 살살해서 지금까지 만나 본 태국 기사들 중에서 최고였다.

 

오전에 도착한 매깜퐁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산 속 오르막 길을 따라서 형성되어 있는 태국식 전통 가옥들과 그 사이사이 비집고 열심히 공사 중인 집들이 보인다. 매깜퐁을 가면 모두가 올라간가는 산 위의 카페에 올라서 맛 없는 디저트와 차 한잔을 마시면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들을 바라 보는 호사를 누린다. 아마 이렇게 좋은 풍경에 맛 없는 음료들은 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입장료 정도로 생각 된다.

 

한적한 시골 구멍가게에서 말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들과 나란이 앉아 마시는 맥주 한잔.
낯선 이방인에게 손가락 2개를 펴보이며 옹알이를 하던 아이.

매깜퐁에서는 고작 4시간정도 있었지만, 그 한적함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게다가 마을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니 시골 구멍가게가 있다. 딱히 유흥 거리가 없는 이 마을에서 시간을 즐기는 방법은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오가는 마을 사람들 구경과 열심히 가게를 드나드는 사람들 구경이 전부다. 하지만 느릿하게 흘러 가는 마을의 시간은 세상 남 부러울 것 없는 행복감을 준다.

 

생각 해 보면 태국의 대도시들보나 치앙칸이나 매깜퐁에서 느꼈던 지루한 시간들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도시 속의 시간들보다 더운 열기에 늘어진 시간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그곳의 시간들이 외로운 여행자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책 한줄 읽고 내려 왔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 하루밤 머물며 책 한권 읽고 싶은 곳

3일 내내 갔었던 올드타운 안의 커피집. 매깜퐁에서 마셨던 맥주 한잔에 취해버려서 돌아오는 길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덕분에 술 깨기 위해서 에쏘 한잔 시켰더니 일하는 바리스타가 갑자기 긴장을 한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바리스타일수록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긴장하는건 한국이나 태국이나 비슷한것 같다. 카페를 나오면서 맛있었다고 이야기하니 그제서야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늦은 오후 모두가 떠나버린 카페는 적적하면서도 온화한 공기를 내뿜는다.
Goodbye Thailand, See you again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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