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08. 10. 29. 12:53 - 독거노인

[작업] 일회용 종이컵


1. 나는 일회용 종이컵이 싫다. 일회용 종이컵은 내 삶의 주변 어느 곳에나 숨어있다 손이 뻗치는 곳에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종이컵이 등장하고, 어느 순간 찾아올지 모를 손님들을 위해서 등장하고, 

종이컵은 기나긴 탄생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그 자체의 물성(物性)의 의미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간은 단 몇분에 지나지 않는다. 종이컵이 가지는 다양한 활용과 용도에 비하면 그것이 소비되는 시간의 간극은 무척이나 짧다. 이 짧은 시간안에 종이컵 자체의 의미를 전달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종이컵은 자신이 존재하기 위한 짧은 시간을 위한 조건을 갖추고 태어난다. 극히 짧은 시간을 위해서 생산된 종이컵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존재의 힘을 잃어간다. 하지만, 짧은 시간안에 소멸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가 가지는 시간의 힘처럼, 종이컵도 서서히 소멸의 시간을 요구한다.

이 작업은 짧은 시간동안만 존재하는 종이컵의 인스탄스 성을 배제하고 긴 시간을 종이컵에 부여함으로써 긴 시간이 종이컵에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보려 한다.

2. 인스턴트 필름(폴라로이드)의 일회성. 
곱디 고운 참빗처럼 내 곁에 있는 시간들은 그 속살이 참으로 곱다. 하지만 나에게서 멀어지는 순간 참빗의 살들이 하나둘 사라지듯이 내 손안에 있던 기억들이 하나들 새어 나가기 시작한다. 촘촘하던 기억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 그 빈 간극을 재구성하기 위해서 그 시간의 앞과 뒤에 붙어 있는 이미지들을 가져와 다시 엷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어느 날은 그것조차 힘에 겨워 결국 뭉뚱그러진 몽땅 연필로 하얀 도화지를 위를 걸어가듯이 알수 없는 편린들이 춤을 춘다.
폴라로이드 필름은 기나긴 사진 작업의 프로세스를 지워버린다. 

'dReAm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Drawing 7주차: 작품1  (2) 2008.11.19
Drawing 6주차  (4) 2008.11.04
Drawing 4, 5주차  (2) 2008.10.27
drawing 3주차  (0) 2008.10.14
DRAWING 2주차  (0) 2008.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