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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7. 13:21 - 독거노인

[넷플릭스] 해리, 결혼하다


인도의 발전 속도를 본다면, 어마어마 한 현기증을 느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경제적 발전 속도와 전통문화의 해체 속도는 어긋나 있다. 특히, 근래에도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폭력적 사고들은 남성위주의 사회적 분위기는 전혀 변한 것 같지 않다. 그 변하지 않는 가치 속에 아마 결혼제도가 깊숙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인도는 부모님이 정해 준 중매 결혼이 아직까지도 중요한 결혼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고, 인터넷의 발달로 데이트 앱 같은 것도 등장하지만 중매 앱이 단연 돋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중매 결혼이 주를 이루다 보니 실제 결혼식이 있기 전까지 결혼 할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얼굴도 모르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 중신이 오고 가는 자리에서도 서로가 대화를 주고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혼 할 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결혼이 확정되고, 전화를 통해서 나누는 몇마디가 전부다. 이 영화의 첫부분에서도 해리가 결혼 상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당신도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나온다. 언뜻보면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단순히 전화 통화만으로 서로에게 사랑 고백하는게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지만, 이것이 인도인의 사랑 방식이기 때문에 부정할 수 없는 인도의 결혼 통관의례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철저히 남자 신분의 입장에서 인도의 결혼관을 바라보고 있다. 남성위주의 사회이지만 결혼이라는 통관의례는 남자쪽 집안에조차 편하지는 않다. 신부를 들이기 위해서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서 간신히 결혼을 치를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돈이라 평생을 저축하고 그것조차 모자라서 어디선가 사채를 쓰거나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다. 그렇게라도 자식의 마지막 뒷바라지가 아버지의 마지막 남은 이승에서의 의무이자 마지막 남은 즐거움이다.


이 영화와 대척점에 있는 다큐멘터리가 'A Suitable Girl'이다. 신부가 되어야만 하는 인도 여인들의 숙명과 그것조차 마음데로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안에서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물론 그들에게 그 마지막 고통의 순간을 벗어나는 것은 결혼을 통해서다. 이슬람처럼 남자 없이는 모든 것을 행할 수 없는 철저한 억압 속에 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인도의 여자들이 자유로운건 아니다. 현대의 발전과 진보는 그들이 전부 누리기에는 아직까지 현실이 녹녹치 않다.


해리는 다름살라에서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여느 인도 남자들처럼 보수적이지 않다. 미래는 점점 그리고 천천히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삶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결국 부양해야될 가족이 생기고 자신의 미래는 현실에 저당 잡힐 것이며 이런 악순환은 결국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아주 현실적이며 미래를 바라보고 살아가기 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즐기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떠들썩한 동네 잔치가 벌어지고 그의 결혼식은 여느 인도의 결혼식처럼 양가 모두 휘황찬란하고 요란하게 치뤄진다. 그리고 그가 걱정하는 미래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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