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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12. 13:41 - 독거노인

[넷플릭스] 요리를 욕망하다


유명 작가가 소개하는 요리 프로그램인 줄 알고 봤는 데, 인문학적 견지에서 요리란 어떤 의미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지루한 인문학적 접근이 아니라 요리를 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 요소들이 무엇이 있는지 각 파트별로 구성한 4부장 다큐멘터리다. 음식이 현대에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땅, 흙, 물, 불 등의 기본 요소들을 살펴보면서 지금의 현대 문명이 주는 편리함 속에 숨어 있는 진정 불편한 진실들을 건드린다. 그것은 이 땅에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손으로 먹고 입고 지탱해야 하는 사람이 시간과 돈으로 치환되어 편리함을 누리지만 사실은 더 많은 문제점들이 그 밑에 은폐되어 있다는 시각이다.


저자는 다른 현대 대량 생산 음식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책으로 썼던 작가이기 때문에 그런 시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도가 어느정도 과연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적절한 데이터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의 취지 자체가 음식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 대량 생산 음식들의 문제점들에 대한 논쟁을 주로 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것이라는 암시가 보는 내내 인스턴트 음식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억누를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도시에 사는 우리들이 과연 가공되지 않은 천연의 재료들을 얼마나 구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런 시간과 노동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음식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음식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가난할 수록 부작용이 심한 음식들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순간의 편안함이나 포만감이 아니라 단지 적은 돈으로 최대한의 에너지를 얻기 위한 생존적 취식에서는 너무나 무방비적으로 열려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류는 신선한 음식을 최대한 오랫동안 보존하면서 맛을 유지하면서 먹기 위해서 저장 수단들을 발견했고, 그것이 발효 음식이다. 이 다큐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김치라는 오랜 전통 음식이 우리 조상의 지혜가 얼마나 오랫동안 누적되어 있는 음식인지는 공장에서 생산해 낸 포장 김치를 먹으면서는 알기 힘들다. 서구에서는 이와 비견되는 음식이 치즈다. 무수한 미생물들이 생존을 위해서 투쟁하는 하나의 장인 공간이 치즈다. 그속에서 다양한 균들이 자신들의 생태계를 이루면서 치즈라는 최종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우리는 그 결과물을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결론은 우리 몸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 다양한 미생물들의 총 집합체라는 것이다. 미생물들이 우리몸을 구성하고 우리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암시는 다큐멘터리의 끝에서 잠시 언급하면서 지나가지만, 미생물 학자들에게는 이미 오랜동안 탐구되고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공간이 우리 몸안의 미생물들이다. 우리가 질병에 걸리고 혹은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결국은 미생물들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미생물들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다양한 균들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음식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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