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2. 09:09 - 독거노인

영화 <왕비와 나>


EBS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시작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한테는 참 안좋은 영화제인게, 보고 싶은 영화를 맘데로 찾아볼 수 없다는거. 해서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볼 수 밖에 없지만 보기 힘든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를 해야지.

이란의 근대사를 책으로 읽은적이 없지만 이란의 영화들을 통해서 이란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한쪽만의 시각이라서 그것도 여성감독들의 시각이라서 역사서를 읽는것과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되서 봤던 <페르세폴리스>는 남다른 신선한 영상을 보여줬다. 

이번에 EBS에서 보여주는 <왕비와 나>는 근대 이란 혁명기를 겪은 여인들이 출연해서 그 이란 혁명이 두 여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현재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한명은 한 나라의 최고의 자리에서 몰락한 왕권의 비운의 여인으로, 한명은 밑바닥 인생에서 혁명기를 거치면서 삶의 희망을 위해서 전진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다. 

두 여인 모두 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삶을 이해하는 방식도 다르고 살아왔던 층위도 다르다. 만약 만나지 않았다면 영원히 하나의 평행선을 그으면서 살았을 사람들이 영화를 만든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지난 시간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서 만나면서 하나의 수렴점이 존재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애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점에서 어쩌면 과거의 슬픔을 이해하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란의 근대 왕정을 혁명으로 무너뜨리지만 결국 반혁명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다시 역전이 된다. 이란의 종교 근본주의로의 회귀는 서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한다. 물론 냉전시대에 소련과 미국의 치열한 암투가 존재하는 이란이라는 땅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많지는 않았고 그 댓가는 가혹하기만 했을 것이다. 가혹한 시기를 거친만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마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나는 경제저격수였다>  (2) 2009.09.25
<미시사의 즐거움>  (0) 2009.09.24
<거대한 전환>  (0) 2009.09.21
<위험한 경제학>  (2) 2009.09.14
영화 <9>  (2) 2009.09.10